웃자고 지어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꽁트 같은 실화다. 언론인이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던 시절, 어느 삐딱한 기자가 입사 후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 기자는 사표까지 써서 안주머니에 넣고다니며 조만간 제출하겠노라고 공언을 하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그가 왜 사표를 내려 하는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차장 부장 국장을 거쳐 정년을 맞을 때까지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직작생활을 하는 동안 좌천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끝내 그는 자리를 지켰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퇴직을 하면서도 그는 정년이 짧다며 무척 아쉬워 했다고 한다. 그가 왜 입사를 하면서부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는가는 본인밖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누구에게도 사표를 내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한 적이 없으니까.
직장이란 심심해서 재미로 다니는 곳이 아니다. 자신과 가족의 경제력을 유지시켜줌으로써 생존권을 보장해주고,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도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따라서 직장생활을 소홀히 하고 지겨워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직장은 인생의 꿈을 실현시키는 장소여야 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온라인 취업사이트인 '사람인'이 리서치 전문기관인 '폴에버'와 함께 직장인 8백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1백%가 사표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가운데 40.1%는 실제로 사표를 제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표를 쓴 이유는 '연봉이나 처우가 못마땅해서(25.8%)''회사의 불합리한 행정 때문에(22.8%)''직장 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겨서(21.8%)의 순이었다.
사실 직장을 다니다보면 '이꼴저꼴 보기 싫은데 확 사표나 내버려?'하는 생각 굴뚝 같을 때가 있다. 그러나 함부로 사표를 냈다가는 인생 구기는 수가 있다. '죽을 용기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아 보라'는 말도 있듯이, 사표 낼 용기 있으면 그 용기로 오기를 품고 버텨 볼 일이다. 누구 좋으라고 사표 쓰고 제 인생 종치려고 그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