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김정일의 딜레마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체코의 하벨 전 대통령은 2004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일을 ‘세계 최악의 전제주의적 독재자’라 불렀다. 이같은 인식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비슷하다. 북한을 ‘범죄집단’이나 ‘악의 축’으로 치부하고 걸핏하면 김정일을 ‘폭군’이라 몰아 세운다.

 

반면 2000년 6월 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를 ‘총명하고 솔직한 사람, 북한을 냉전시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끈질긴 개혁가’로 평가했다. 이러한 생각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유사하다.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 김정일을 만난 바 있는 박 대표는 그를 ‘솔직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대화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2세 되던 1974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후 40년 동안 북한정권을 틀어 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그에게는 기본적으로 두가지를 일치시켜야 할 딜레마가 있다. 하나는 사회주의 체제수호와 정권의 존속이요, 또 하나는 인민을 먹여 살려야 할 책무다.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 사망과 함께 외화난, 식량난, 에너지난 이라는 3난(三亂)을 물려 받았다. 산업가동률은 30%대에 머물고 먹을 것이 없어 대량 탈북이 생겨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중국을 본 따 개혁 개방으로 갈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북한은 이러한 기조에서 2002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장을 허용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외국 전문가에 따르면 평양 상점에 바겐세일 문귀가 나붙고 현금카드를 쓸 수 있는 가게와 음식점도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노동당 지배의 정치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데 고민이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군대를 앞세우는 선군(先軍)정치를 강조한다. 체제안정과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김정일은 ‘군대는 곧 인민이고 국가이며 당이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이 10일 중국을 방문했다. 상해와 심천특구를 둘러보고 북경에 도착,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그의 중국방문은 2000년 이후 벌써 4번째다. 이번 방문은 미국의 북핵 압박과 경제 제재에 맞서 북-중 동맹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의 딜레마 해법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