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자동차전용도로

한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토론의 주제가 얼마나 될까. 얼마 안가서 결국 주제의 빈곤으로 토론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된 적이 있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실제 진행을 해 보니 그렇지 않더란다.

 

요즈음 황우석 교수의 건이 조금 시들해지면서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주행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오토바이가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다른 나라들 특히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무리를 지어 고속도로를 달린다. 특히 여름철이면 이들 오토바이가 이삼십여 대 이상 무리 지어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토바이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려야 한다는 주장의 한 사례로 이런 외국의 양상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관심있게 살펴야 할 것이 있다. 교통문화 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유럽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자동차의 주행 흐름이 우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과속이 사고의 주범이라면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는 늘상 사고가 나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잘 달리면서도 사고는 거의 없다. 아우토반에서 일차로를 주행하려면 보통 시속 160 킬로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 속도로도 일차로를 계속 주행할 수 없는 이유는 뒤에 바로 차가 따라붙어서 비켜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의 운전문화에 있다.

 

이들은 우측차로가 비어 있으면 채운다. 그래서 우측차로로 진입하는 차량은 진입한다는 신호를 안 넣고 진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3차로 등의 넓은 도로에서도 승용차가 3차로로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운전문화 덕분에 아우토반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빨리 달리던 차량들도 공사구간에 80 킬로미터 속도제한 표지판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제한속도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동차가 빨리 가려면 직선주행을 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빨리 가려면 아직도 지그재그 운행을 해야 한다. 오토바이의 자동차전용도로 주행 논의도 좋지만 교통문화의 정착은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