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거환경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는 그 공간구조상 위 아래층과 좌우측 세대가 거의 동시에 난방을 하도록 되어있다. 자연적으로 방바닥과 천정의 온도는 별 차이가 없이 비슷비슷해졌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도 아파트 실내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얇은 옷차림으로 생활하고 있고, 그것이 마치 현대인의 특권인 냥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류(氣流)가 잘 돌지 않고, 실내공기가 쉽게 정체되어 버리는 우리 주거공간의 특성에 있다. 처음부터 실내외의 소통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춥고 배고팠던 기억을 떠올리며 건축물을 지을 때마다 단열재 사용을 건축법으로 강제한 탓이다. 그 결과가 엉뚱하게 실내공기의 정체와 실내공기의 오염이란 이름으로 지금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순환의 지혜’를 잃어버린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날로 치솟는 난방비 걱정과 환기를 하지 않으려는 겨울철 생활습관, 그리고 또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지금 우리는 실내기류가 순환되어야 한다는 그 간단한 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도 혈액순환이 잘 되어야 건강한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실내공간도 기류(氣流)가 잘 순환되어야 쾌적한 공간이 된다. 지금처럼 방바닥과 천정의 온도가 거의 비슷해서 실내기류가 잘 돌지 않는 막힌 공간보다는, 건축물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외부공기에 의해서 방안 공기는 약간 차가운 것이 좋다. 건축물에 틈이 없다면 차라리 환기라도 자주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이른바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뜻한’, 그런 건강한 공간을 되찾아야 하겠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