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명절 설] "설 의례 까다롭지 않아요"

정성껏 禮 올리면 조상님 '흐뭇'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고 친척들도 만나고, 세배돈도 받고…. 어린이들에게 설은 그야말로 신나는 날이지만 경제적인 부담에 차례상 준비의 번거로움으로 어른들은 명절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핵가족 시대에 가짓수 많은 제수 마련에 여성들은 녹초가 되기 마련. 그래서 차례상 대행업체가 성행하고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흉년이라도 거르지 말고 풍년이 들었다고 지나치지 말라."라고 가르쳤다. 실제로 차례는 가문마다 집집마다 올리는 음식과 예절이 조금씩 다르다. 가풍의 예절을 지키되 경제적 사정에 맞게 지내는 것이 지혜로운 상차림이다. 해마다 똑같은 차례상이지만 빼먹은 건 없는지 제대로 준비했는지 미심쩍은 게 많다. 우리나라 향교가 전하는 차례상 차리는 법을 소개한다.

 

차례상 차리기

 

차례상은 북쪽으로 놓고 마주 보았을때 오른쪽을 동, 왼쪽을 서라 한다. 차례상 가장 윗쪽에는 지방이나 고인의 사진을 놓고 그 양옆에 촛대를 세운다. 두분을 모실 경우 남자조상은 서쪽, 여자조상은 동쪽에 모신다.

 

기본 상차림은 다섯 줄이다.

 

신위 바로 앞에서 부터 첫째 줄에는 밥과 국, 잔, 수저가 놓여진다. 좌반우갱(左飯右羹)의 원칙을 따라 밥은 신위 왼쪽, 국은 오른쪽에 놓는다 . 설에는 일반 제상의 메(밥) 대신 떡국을 올린다. 둘째줄에는 적과 전을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의 원칙에 따라 왼쪽에는 육류를 오른쪽에 생선류를 올린다. 생선은 머리가 오른쪽으로 가고 꼬리는 왼쪽으로 가게하는 두동미서의 원칙을 따른다. 셋째줄에는 탕 종류가 놓여진다. 육탕(고기류), 소탕(두부, 채소류), 어탕(어패류)를 왼쪽부터 순서대로 놓는다. 넷째줄에는 좌포우혜(左脯右醯)라 하여 상 왼편에 포(북어, 대구 등)를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는다. 그 중간에 나물, 동치미, 간장 등을 왼쪽부터 올린다.

 

차례상 맨 마지막 줄에는 과일이 놓인다. 과일은 반드시 홀수로 장만해 왼쪽부터 대추, 밤, 곶감, 배 순서로 올린다. 조율이시(棗栗梨枾)의 원칙이다. 그외의 과일들은 홍동백서(紅東白西)에 따라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올린다. 과일 줄의 맨 끝에는 과자(유과)류를 놓는다.

 

차례음식에는 평소 조상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따로 준비하기도 하지만 아무거나 올리면 예법에 어긋난다. 일례로 복숭아는 귀신을 쫓아버린다고 해 차례상을 올리지 않는다. 또 꽁치, 갈치 등 '치'자가 들어간 생선이나 비늘있는 생선도 쓰지 않는다. 또 고춧가루, 마늘 등의 양념이 들어간 음식도 올리면 안되고 국물있는 음식(탕, 면, 식혜)은 건더기만 사용해야 한다.

 

지방 쓰기

 

차례상에 위패나 지방을 놓는 것은 조상이 그곳에 와 계시다는 표식이다. 차례를 지내는 대상을 기록해 세워놓는 것이다.

 

지방은 한지에 글씨로 쓰기도 하고, 고인의 사진을 두기도 하는데, 명절 차례상에는 없이 지내기도 한다. 차례상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상 전체로 생각하는 집안도 있고, 기제사로 모시는 조상까지를 받들기도 한다. 지방을 놓는 집안은 대개 4대조까지를 모신다.

 

지방은 아래쪽은 평평하고 윗쪽은 둥그런 모양으로 만드는데, 땅과 하늘을 상징하는 의미다. 지방에는 모시는 조상의 호칭과 관직, 조상의 이름(여자는 성씨), 조상의 자리를 쓰는데, 아버지의 경우 ‘顯考學生府君神位’ 어머니의 경우 ‘顯비孺人○○○氏(본관성씨)神位’라 적는다. 남자조상의 경우 관직이 있는 경우 ‘학생’대신에 관직명을 쓰고, 여자의 경우 남편 벼슬에 따른 봉직을 ‘유인’대신 쓴다. 할아버지의 경우 호칭을 ‘顯祖考(할머니는 顯祖비)’ 증조할아버지는 ‘顯曾祖考’ 고조할아버지 ‘顯高祖考’로 표기한다. 한 지방에 부모를 함께 모신다.

 

지방은 제주가 바라볼때 왼쪽이 먼 조상이다.

 

차례 지내기

 

차례상에 음식을 올리는 진설(進設)이 끝나고, 지방까지 모셨다면 차례를 올린다. 이때 대문과 방문을 열어놓기도 한다.

 

차례는 분향강신(焚香降神)-참신(參神)-진찬(進饌)-헌다(獻茶)-개반(開飯)-삽시(揷匙)-철시복반(撤匙復盤)-사신(辭神)-철상(撤床) -음복(飮福) 순으로 지낸다.

 

제주가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운후 재배한다(분향). 재배는 남자는 2번, 여자는 4번을 의미한다. 제주가 집사로부터 강신잔을 받아 모사그릇에 세번 나누어 붓고 재배한다(강신). 제주와 참석자 모두 재배한 후(참신), 떡국을 올린다(진찬). 진찬은 미리 올려놓아도 무방하지만 조상들은 음식이 식지 않도록 차례중에 올렸다. 집사로부터 술을 받아 먼 조상부터 올리는데 1번씩만 올린다(헌다).

 

집사가 떡국그릇의 뚜껑을 열고 적을 올린 후(개반), 숟가락을 떡국에 꽂고 젓가락 손잡이가 서쪽을 보게 시접에 걸쳐 놓는다(삽시). 제주는 재배하고 참석자들은 조상이 진지를 드시는 동안 조용히 기다린다. 잠시후 떡국 그릇의 뚜껑을 덮고 수저를 거두어 세번 굴리고 시접에 놓는다(철시복반). 참가자 모두 재배하고 지방을 사른다(철시복반).

 

제사음식을 물리고(철상) 남은 제물을 나누어 먹는다(음복). 예전에는 제상음식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해서 자손과 이웃들과 나눴다. 설때는 세배꾼과 조상의 공덕을 기리는 의미로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