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마당발 브로커

주위에서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고 발이 넓은 사람을 흔히 ‘마당발’이라 부른다. 옛부터 ‘마당’은 넓고 놀기에 좋아 그런 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요즘 말로 바꾸면 ‘인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경우를 가리킬 것이다.

 

이 마당발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친화력이 있어 누구를 만나도 금방 친해진다. 둘째는 인간관계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사람을 좋아해도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마당발치고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경우는 드물다. 셋째는 여러 모임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방면에 걸친 모임을 몇개씩 갖고 있다. 그리고 두가지 이상의 모임이 겹칠때면 한 곳에만 가는게 아니라 몸이 고생스러워도 ‘두 탕’을 뛴다. 물론 애경사 챙기기는 기본이다. 네째는 인맥을 이용해 사람들을 서로 잘 연결시켜 준다는 점이다. 이같은 마당발은 먼저 베풀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마당발에 브로커가 붙을 경우 이미지는 완전 구겨진다. 브로커라는 말에서 음습한 범죄의 냄새가 배어나기 때문이다. 원래 브로커(broker)라는 말은 서양에서 상인을 뜻했다. 17세기에는 도매상과 소매상 구분없이 쓰였고, 이후 재화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단지 중개만 하는 중개인을 일컬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거래를 알선하고 커미션을 받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요새 ‘마당발 브로커’로 불리는 윤상림 사건이 정관계를 뒤흔들고 있다. 법조비리를 수사하다 드러나기 시작한 윤씨의 행각은 양파껍질처럼 벗길수록 끝이 없다. 정치계 인사에서 부터 현직 판사, 검사장급 변호사, 경찰간부들과 불투명한 돈거래를 했을 뿐 아니라 국방부, 청와대까지 드나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를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할 기세다. 고교를 중퇴한 윤씨는 친화력이 뛰어나 사람을 한두번 만나도 바로 ‘형님 동생’ 사이로 발전시키는 뛰어난 수완을 지녔다. 압수된 수첩에는 내노라하는 각계인사 1000여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직업별로 분류돼 있었다고 한다. 최근 경찰청 차장이 이 사건과 연루돼 옷을 벗고 전북지방경찰청장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고위직일수록 몸가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