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새해, 부자들 되세요! - 김정수

김정수(극작가)

남미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이 십년 전에 썼던 ‘연금술사’가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참 대단한 작가다. 첨단과학 시대에 쌩뚱맞게도 연금술 이야기로 돈을 벌다니… 게다가 ‘어린왕자’에 버금가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 언어로 말이다. 하지만 ‘연금술사’를 손에 들면 책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많아짐을 느낀다. 그런가? 이것마저도 신비로운 연금술이었던가?

 

연금술은 고대로부터 납이나 구리 같은 천한 금속을 금과 같은 귀금속으로 변환시키고자하는 인간들의 열망을 반영해왔다. 시대마다 방법은 다양했지만, 내재된 인간의 욕망은 연금술을 발전시키는 변함없는 힘이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무도 성공한 적 없는 비과학적인 ‘금 만들기’가 오히려 과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왔고,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꿈이 되어주고 있다.

 

코엘료는 ‘연금술사’를 통해 삶의 지혜를 말하고 있다. 우리들이 평생을 찾아 헤매는 황금은 바로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위대한 연금술사는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일수 있다는 가정을 감미롭고 그윽한 상상력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금술을 전혀 알지 못해도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하는 사람들, 그들이 진짜 연금술사임을 웅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치르치르 남매가 찾아가는 ‘파랑새’와도 같다.

 

영화 ‘왕의 남자’가 제작비를 훨씬 많이 들인 영화들을 단주먹에 때려눕히며 연말연시 극장가를 평정했다. 몇 번씩 봤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속출한다. 무엇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했을까? 그 사람들은 이 ‘왕의 남자’에서 무엇을 찾아낸 것일까?

 

역사가 주는 중후함에 궁중의 암투, 동성애가 주는 성적 호기심,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호쾌한 도발, 신성한 왕궁의 비밀스런 성 등은 이 영화를 끌어가는 몇 가지 코드다. 하지만 원작에 강하게 다가왔던 왕의 동성애에 관한 표현수위를 이 작품은 인간애로 우회한 듯 보인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서 질문을 한다. 삶의 방식에 대해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눈이 먼 채 줄 위로 올라선 장생과 울먹이며 대화하는 공길. “미친 놈… 또 광대가 된다고?” “그러는 너는?” “나야 뭐 물어보나 마나 광대지”

 

그들은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금을 만드는 방법을 넌지시 일러준다. 세상의 어떤 부귀와 영화로도 얻을 수 없는, 하지만 아무 것도 없어도 얻을 수 있는…, 영원히 변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금을 어떻게 만들 수 있고 어디에 있는 지를 알려주고 있다.

 

구정 연휴가 끝났다. 떠들썩한 귀향길에서 벗어나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새해를 차분히 살아갈 때다. 때로는 권태롭게 느껴지는 우리네 일상이 사실은 우리 삶의 전부다.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새해 금 많이 만들어 다들 부자 되면 좋겠다. 우리 모두 연금술사가 되어서 말이다.

 

/김정수(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