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기업의 총수가 8천 억이라는 돈을 사회에 내 놓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어떤 이는 얼마나 기특한 일이냐고 칭찬을 하고 다른 이는 내놓을 돈이 8천 억이면 나머지는 또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어서 들리는 소리가 이 돈을 이공계 부흥을 위해서만 쓸 예정이라고 하니 흑자는 기대만 했다가 허방을 딛는 꼴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피렌체는 1982년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아름답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루넬레스키,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및 메디치 가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들이 바로 피렌체를 배경으로 활동한 사람이다.
프랑스에서는 주교 등 종교지도자가 자리한 성당을 노틀담이라 부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라고 부른다. 피렌체에도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 마리아)두오모가 있는데 그 앞 광장에서 말을 탄 모습의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 일명 코시모 일 베키오)동상과 그 가문의 문장(紋章)을 볼 수 있다. 그가 국부(國父)의 칭호를 얻고 두오모 앞 광장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중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부 코시모가 민중의 지지를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사재(私財)를 털어 피렌체 시정(市政)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마키아벨리등 당대의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을 후원했기 때문에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사랑채에 많은 진객들을 불러 모아서 예술의 꽃을 피웠던 것처럼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 덕분에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문예를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르네상스였다.
그런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따서, 서로 다른 전문분야끼리의 교류로 일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메디치 효과’라고 부른다. 비록 무슨 효과라고 이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메디치 효과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 8천 억이라는 큰 돈이 사회로 환원된다고 한다. 사재를 털어 봉사하겠다는 점에서는 메디치 가문과 같기는 한데 이왕이면 모양새도 자발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게 잘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