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양질의 정치서비스' 를 기대하며 - 최병일

최병일(전주대 교수)

현대 정치는 대표자에 의한 대의 정치를 토대로 한다. 정치 조직은 거대화되고 정치 과정은 복잡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이면에는 국민들은 소외되고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 정치의 본질이 실현될 수 없다. 우리 도민들은 여러 통로를 통해 그동안 억눌러져 있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치개혁의 과제들은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기득권 추구 앞에서 무참히 외면되어 왔다. 이러한 때 우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하여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정치권이 양질의 정치서비스를 생산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통한 생존 노력은 어떠한 단체나 기업, 그리고 개개인들의 선택이 아니라 이 시대의 필수적 요건이다. 모든 조직과 개개인의 능력은 양질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생산 못하는 조직과 개인은 도태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모든 정당 조직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해방이후부터 현재까지 전북도민을 위한 양질의 정치서비스를 제공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도민이 원하는 정치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자세와 노력들이 준비되어 있는가를 반문하고 싶다.

 

정치 서비스는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접속과 소통을 통해 정치의 영역에서도 소비자 주권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전제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토대로 정치 소비자인 도민의 요구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서비스형 정치’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누적된 객관적 지표들이 공개되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로 작용해야 한다. 나아가 정치 서비스의 질을 측정하는 정치실행지표를 개발하고 조사 결과를 공표되길 소망한다. 정치인들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당장은 쓴 약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장미꽃은 가시 사이에서 피어난다. 정치권이 목전의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멀어져 갈 것이다. 정치권 스스로 어렵게 만들어 놓은 이상적 제도를 지키기 위한 인내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이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달콤한 관행에 안주하기’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혁신’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권는 일방적이고 편협된 정치서비스를 전북도민들에게 강요했기 때문에 전라북도 도민들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정치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정치문화는 전북도민에게 수혜의 정도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전북도민의 정치적 수준이 기형적이고 잘못된 초등단계 수준에 머물게 했다. 따라서, 정치를 대리만족이나 불만표출의 대상으로 삼고 스스로를 훈육하거나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한 채 소외와 외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지방 선거를 통하여 도민의 욕구가 반영되고 우리 지역이 발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로 정치품위를 한단계 up-grade 시켜야한다. 도민들에게 평등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도민 의사에 기초한 참여 제도 모색하고, 사회 변화 및 도민의 여론을 고려한 참여 등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민주 정치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도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아울러 경쟁력 기준은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니라 맞춤형 양질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당선 될 수 있도록 전북 도민의 정치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전북정치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도민이 정치의 주인으로 등장하는 정치적 각성과 변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직면하였다. 이제 정치구조의 개편, 정치권의 쇄신노력, 시민사회형성을 위한 지난한 노력, 국민의 자율적 훈련과 정치참여의 결단과 실천이 동시에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