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들 안간힘을 쏟았다. 그 중 민간 차원에서 했던 일이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도 외국영화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이 때 상영되었던 영화가 ‘타이타닉’이다. 450만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였던 것이다.
금 모으기와 외화 관람, 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헌신적으로 금 모으기를 한 이유는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던 금이라도 모아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 금 모으기 운동의 취지였다. 그런데 우리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분명한 외국 영화에 당시로서는 대단한 관객이 몰린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과 타이타닉 관람을 두고 생각해 보면 둘 다 이해타산으로 진행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이해타산만으로 따지기에는 힘든 일들이 적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좋아서 하는 일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런 두 가지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그리 낯설거나 드문 일은 아니다.
화제를 영화에만 한정하자면 최근 개봉된 영화 ‘뮌헨’은 타이타닉과 정 반대 운명을 ‘선택’했다는 표현이 맞다. 이 영화를 만든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인디애나 존스’, ‘이티(ET)’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등으로 잘 알려진 명감독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 예견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유태인이 주류를 이루는 곳에서 유태인과 대등한 팔레스타인의 희생을 관찰했다는 점만으로도 흥행은 이미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외면했지만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3월 아카데미상에도 최우수 영화, 최우수 감독, 최우수 극본, 최우수 영화음악, 최우수 편집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대중성과 작품성은 양립하기 힘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