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꽃과 만년필과 핸드폰과...

김유석(시인)

받아야 할 만큼 별다른 일도 아닌데 작은 꽃다발 하나를 받았다. 꽃에 대한 기억이라면 여전히 좀 생소하기도 하고 한구석이 설레는 각별함도 있어 안개꽃에 묻힌 장미 서너송이는 오래도록 가슴에 꽂혀 주고받은 그 사소함으로 시들어 갈 것이다.

 

이맘때면 학교마다 졸업식이 한창이고 이어 새내기들 입학식도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주말엔 봄기운에 맞춰 행진하는 젊은 쌍들도 부쩍 띈다. 따로 짬을 낸다든지 제 철이 아니고서 이 만큼의 꽃송이들을 거리에서 눈동냥 하기란 여간치 않아서 남의 공치사라고해도 공연히 은근해지곤 하는 것이다. 그렇듯 꽃이 있는 풍경들은 얼마든지 따사롭고 갸륵해도 좋을 성 싶겠지만 때론 다소 치우치는 면도 있어 한 때는 관에서까지 가로 나서는우화를 빚기도 했었으니.

 

꽃과 함께 크고 작은 선물들을 받기도 한다. 학창시절의 선물에 관한 유서를 따르자면그 옛날의 공책에서부터 한참 주가를 올리는 노트북에 이르도록 나름의 세태를 반영하는것들이 주종을 이루어 왔다. 주는 이의 정성이 우선인 건 틀림없겠으나 요즘은 받고 싶은사람의 바람을 먼저 고려해야 할 만큼 구체적이고, 어지간한 것으론 생색조차 낼 수 없을정도로 드는 비용도 만만찮은 것들이 많다. 그 가운데 으뜸으로 유행하는 것은 핸드폰이아닐까 싶다.

 

중 고등학생쯤은 물론 웬만한 초등학생들의 주머니 속에서도 쉽게 만져지는 그것. 언제부턴가 생필품화 되어버린 그것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 일지, 단지 소통의 도구로써가아니라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도 경이롭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 단순한 수첩 기능에서부터 계산기, 사진기, 인터넷, 그리고 이제는 위성수신 능력에 까지 무소불위로 그 영역을넓히는 그것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다가도 얼핏 씁쓸한 맛을 다실 때가 있다.

 

문자메시지라는 걸 받아볼 때 이따금 그렇다. 긴급한 연락이라든지 피치 못할 사정이 담겨진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연하장을 대신해서 날아드는 연말연시의 수많은 문자들, 모임 약속이나 애.경사 알림은 이미 오랬고 심지어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문안마저도 글자 몇 개로 갈음하는 매트릭스적 세상이 된 것 같아 유감스러운 순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핸드폰인지도 모르겠다. 손바닥 한 번 쥐었다 펴는 시간과 비용으로 그만한 효용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을 몇이나 셀 수 있을까?

 

반면 그것의 편리함 속에는 뜸한 불편함도 들어 있다. 먼 길이라도 떠나와 그것의 배터리가 닳아버렸을 때, 마침 통화해야 할 일이 생겨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그쯤 있어야할 전화부스가 사라져버린 것을 알았을 때 그렇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조금은 번거로움을 덜게(?)된 직업이 있다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마 집배원일 것이다. 따로 소포를배달해주는 택배회사들이 생긴 탓이 아니라 여타의 서신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대신 해버리므로.

 

누구한테서 인가 받은 지 꽤 오래된 선물이 하나 있다. 만년필이다. 소지품 중 가장 애지중지 하는 것으로써 이 만년필을 꼽는다. 명품이 아닌 그것은 그 때 담았던 마음들을변함없이 또박또박 적어주며 낯 설은 세월을 위로해 왔다. 갈수록 책상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도 백지를 펼 수 있는 여분의 생각만큼은 남겨두고 싶은 것인데마음은 자꾸 편한 것들만 닮으려 해서 탈이다. 한밤중 깨어 다시 잉크를 채워본다.

 

/김유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