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은퇴노인들을 위한 건강회랑 조성 - 박헌주

박헌주(주택도시연구원장)

보스턴대학의 로렌스 코들리코프(L.J. Kotlikoff)교수는 「다가올 세대의 거대한 폭풍」이라는 책에서 초고령화 사회의 파장을 천재지변으로 표현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앞으로 15년 이내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15세 미만의 어린이보다 많아진다. 그리고 2026년이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를 2050년에 세계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동안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으리만치 급속히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축적하였다. 관료, 교수, 연구원, 기술자, 기업경영인, 예술인, 변호사와 같은 전문지식인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의 지식과 경험은 사회적 힘이다. 은퇴한 노인들은 대부분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더 일할 능력이 있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보수에 상관없이 기꺼이 일할 의사도 많다. 그런데 은퇴하면서 내팽개쳐지고 있다.

 

은퇴노인의 활동은 사회의 통합 발전뿐 아니라 세수입도 늘릴 수 있다. 사회적 시혜 또는 부조 개념의 노인대책을 투자의 개념으로 전환해야 할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일할 장소와 적절한 일거리 또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건강을 관리하면서 경험과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여생을 즐기는 복합적 기능 공간인 건강회랑(eco-health corridor)이 필요하다. 기존의 공원이나 도시 주변의 산, 호수, 해안 등에 주거, 취미?교육프로그램 운영시설, 회의 또는 담론장, 교육 및 학습장, 공동작업장, 복합운동시설, 생태공원, 노인전용병원 등을 집중 배치한다.

 

개인의 주거는 은퇴노인의 개인자산을 끌어들인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전체 개인금융자산의 60%, 55세 이상은 85%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자연환경이 좋은 도시주변의 저렴한 땅을 공급하고, 필요한 복지시설과 기반시설을 지원하여 건강회랑을 만들면 은퇴자들에게는 좋은 귀향장소가 될 것이다. 이곳은 은퇴 전문가들이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저술하고 토론할 수 있는 각종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 전문인들을 중심으로 지역혁신 클러스트를 운영하여 지역활성화도 견인할 수 있다. 은퇴노인들의 가족과 함께 여가활동과 꽃 축제 등 계절별 축제, 시민축제 등도 개최할 수 있다. 그리고 건강회랑에는 관리원, 생활도우미, 복지사, 취미 및 교육 전문강사 등 고용창출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박헌주(주택도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