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전이 벌써 달아오르면서 민선행정이 선거판에 내몰리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걱정이 앞선다.
행정이 발 벗고 나서서 선거와 연관된 각종 대단위 프로젝트와 장밋빛 청사진을 연달아 쏟아내며 정책 대리전양상을 벌이더니 급기야 이전투구식 진흙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의 새만금 자기부상열차 도입 공방이 그렇고,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 지정건의 선수치기에 이어 전주시의 기업유치 성과논쟁이 그 단적인 사례다.
태권도성지조성위원회의 경우 당연직 위원에 사업주체인 무주군은 아예 제켜 놓은 채 전북도 관련인사로 채웠다가 언론의 호된 질책에 뒤늦게 무주군수를 포함시킨 사례 역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사실 민선 3기가 종착역에 다다른 시점에서 장군멍군식 대규모 프로젝트 발표와 함께 서로 원색적인 설전에 나서는 것은 정말 볼썽사납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년간의 민선행정을 되돌아보고 도민과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을 재점검하는 한편 미진한 사항이 있으면 이를 보완하고 튼실히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 민선으로서 기본책무일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재원대책이나 실현 가능성 등은 뒷전으로 미룬채 행정이 한탕주의식 이벤트에 동원되는 모습을 보면 이미 여러차례 선거 학습효과를 거친 유권자들에겐 불신과 황당함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래도 “어쨌든 다 지역발전을 위한 것 아니냐”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 선거판을 보면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 문제다.
명토박건데 정말 이래선 안된다.
공직사회가 선거판에 내몰리고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줄세우기가 노골화된다면 민선자치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조직의 건강성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얼마 전 감사원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제왕적 단체장의 권한을 실감한다.
도내 B지역 단체장이 보건소 방문중 파리가 날라 다니는 것을 보고 “위생상 안 좋으니 파리를 모두 잡도록 하라”고 보건소 직원에게 지시하자 담당급 직원이 “파리가 없으면 사람도 못삽니다”라고 말대꾸했다가 다음날 직위해제를 당하는 웃지못할 촌극이 있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직원의 단순 보고실수를 이유로 중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해당 단체장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
단적인 사례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직사회의 줄서기와 줄세우기 행태가 이제는 아예 노골적이다. 줄 한번 잘못 섰다가는 승진은 고사하고 한직만 전전한채 공직생명이 끝나는 반면 시장·군수의 눈에 들어 ‘내사람’으로 분류되면 승진과 보직 등에서 혜택은 물론 조직내에서 막강한 실권을 행사한다.
소위 시·군마다 5인방이니, 3인방이니 하는 측근실세들이 득세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젠 공직사회가 바로서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행정은 뒷전으로 미룬채 단체장을 위한 각종 조직동원과 대규모 정책·공약프로젝트 발굴에 나서는 등 줄서기 폐단을 스스로 단절해야 한다.
이 같은 줄서기 행태는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는 물론 편가르기와 함께 공조직의 안정과 건강성을 해치는 암적 요인이다. 일부 선거에 개입하는 줄타기 선수(?)들이 있다면 공직 내부에서 척결하고 나서야 한다. 50배 벌금이 금권선거를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면 관권선거를 막는 내부자고발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더 이상 선거판에 휘둘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