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볼 때 전통적인 단위로서 동양의 척(尺, 자: 30.303cm)은 손가락을 펴서 재는 길이를 , 서양의 1피트(1 foot: 30.48cm)는 한 걸음의 폭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특히 건축에 관련된 분야의 경우에는 건축이 인체와 생활을 담는 용기(用器)로서의 속성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평 단위는 사방 6자(1자: 30.3cm, 6자: 1.818m), 30.3058 m2에 해당되는 크기이다. 인체는 키와 양팔 벌린 길이가 동일하므로, 이 크기는 남자 성인이 양팔과 다리를 뻗고 누웠을 때 점유하게 되는 크기와 같게 된다. 이러한 개념으로 볼 때, 가구와 벽체 등의 바닥 점유면적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8평의 거실은 8명이, 5평의 침실은 5명의 성인이 누어있을 수 있는 크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이라는 면적 단위는 공간의 크기를 우리의 신체로 가늠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건축물의 평면적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서는 칸(또는 간(間))이 있다. 이 단위는 4개의 기둥이 이루는 구조적 공간 단위인 사각형 평면 1칸에 근거한다. 1칸의 크기는 대부분 평균 8자x8자(약 2.424mx2.424m) 정도이며. 전통주택의 가구식(架構式) 목구조에서 기둥 위의 보의 길이에 의하여 생겨난 크기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최소 주거 단위공간의 크기로 정의 될 수 있다. 즉 인체의 크기와 실내 동작공간을 고려한 공간크기의 단위는 1칸(5.875㎡: 2.424mx2.424m)이며 약 1.8평에 해당된다. 즉, 초가 삼간(칸)은 5.4평, 사대부 주택 99칸은 178.2평의 규모가 된다.
아파트의 규모를 표현하기 위한 단위를 우리의 전통적 단위인 칸 수로 표현하는 방법을 제기해 본다. 즉, ‘25평형 아파트’를 ‘14칸’으로, ‘32평형 아파트’를 ‘18칸 아파트’로 표현한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주거 단위로서, 우리는 주거 크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25평 아파트는 작은 집이 아닌 초가 삼간 3채에 해당되는 크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현재, 우리는 어쩌면 주거의 ‘큰 평수’ 지향주의로 흐르지 않는 지 자성해 볼 필요도 있다. 아파트에서 실내공간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외부를 느낄 수 있는 중간영역 공간인 발코니를 없애고 있다. 공간의 절대 크기만을 지향한다면, 우리는 항상 공간의 면적에 대해 상대적 빈곤감을 느낄 것이다. 이제는 아파트의 평수 뿐 만아니라 공간의 질에 눈을 돌려야할 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