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도 배수갑문이 내려다 보이는 새만금 3공구 대림산업 현장사무소의 박내윤소장(53), 공무·설계부 이정엽부장(48). 박소장과 이부장은 새만금현장에서 가장 오랜동안 일을 해온 사람들이다. 올해로 15년째.
92년 처음 신시도에 선발대로 들어올 때, 바지선에 컨테이너 박스 하나와 포크레인 1대를 실고 들어왔다. 신시도에 주민들이 살고 있었지만 섬 반대쪽에 산 하나를 넘어야 했다. 사실상의 무인도 생활, 그렇게 ‘새만금 생활’이 시작된 것. 12년 동안 꼬박 섬생활을 했고, 3년전에 신시도에 육로가 연결됐다. 인터넷이 연결된 것도 지난 연말이었다.
섬생활로 아픔도 있었다. 박소장은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일기가 안좋아 임종을 못했던 기억이 있다. 6년 계획으로 가족과 함께 내려온 이부장 가족들은 이젠 완전히 ‘전라도 사람’이 됐다.
‘절대고독’. 그 속에서도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大役事)의 현장에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15년 동안 바다를 가로지르고, 배수갑문을 만들었다. 조금씩 지도를 바꿔가는 시간속에서 박소장은 과장에서 차장, 부장을 거쳐 소장이 됐고, 이부장은 계장-과장-차장-부장이 됐다.
30∼40대 한창의 나이에 15년동안 쏟은 이들의 열정이 거친 파도를 막아낸 것이다.
그들은 “공사가 중단될 때마다 진행돼온 공사가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적도 많았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찬반의 논란을 접고, 순조롭게 공사가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촬영을 위해 신시도 배수갑문과 2공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산중턱에 올랐다. 16일 오후 2시30분. 둘에게 나란히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새만금 대법원 승소판결 축하합니다’. 함께 근무했던 옛 동료와 지인들에게 온 축하메시지였다. 청춘을 이곳에 바친 두사람은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