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ARS 여론조사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OO리서치입니다. 2006년 5월에 실시하는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여론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잘 들으시고 전화기의 해당 번호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월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ARS여론조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심할 때는 하루에도 두세차례씩 자동응답전화가 걸려와 왕짜증이 나는데, 더욱 불쾌한 것은 여론조사 목적이 순수하게 유권자들의 여론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ARS여론조사를 이용한다는 데 있다.

 

"이번 군수선거에서 다음 후보들이 대결을 벌인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는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 OO당 도의원인 OOO씨를 지지하시면 1번, 사실상 OO당 공천이 유력한 OOO씨를 지지하시면 2번, 사퇴가능성이 높은 OOO씨를 지지하시면 3번,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OOO씨를 지지하시면 4번, 지지하는 후보가 없으면 5번을 눌러주십시요"라는 식의 질문을 받는다면 삼척동자도 어느 후보측에서 벌이는 선거운동인지 대충 짐작할 수가 있다. 이 정도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사를 빙자한 불법 선거운동에 다름아니다. 다시말해 흑색선전에 상응하는 불법선거운동으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누가 지어내서 한 말인지, 정말 그런 일이 있는지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해봐야 알 일이지만 ARS여론조사가 직접 불법선거운동에 활용된다는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응답자 전화번호를 추적하면 신상을 파악할 수 있고, 신상이 파악되면 그 응답자의 지지자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전에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ARS 응답자는 일부러 자동응답 번호를 헷갈리게 눌러버린다고 실토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최근 "지방자치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자료로 삼는 데는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방선거는 공천대상자가 많아 ARS를 주로 활용해야 하는데 성공응답률이 10%에도 못미쳐 표본의 대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허용오차한계를 계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점도 ARS여론조사의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처럼 ARS여론조사에 결정적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여전히 맹신하여 후보공천 자료로 삼거나, 이를 통한 불법선거운동이 암암리에 자행되는 것을 방치한다면 우리 선거문화수준은 조롱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