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사현장 앞에 있는 안내판이다. 이 안내문을 이렇게 바꾸면 안될까?
“댕기는디 성가시럽게 혀서 어쪈댜”
물론 전라북도 안에서 말이다.
1. 박수를 치지 말고 손뼉을 치자
‘박수를 친다.’ 대통령도, 대학교수도, 아나운서도,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도 그렇게 말한다. 박수의 ‘박’은 ‘칠 박(拍)’자이다. 틀린 말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잘못된 말을 왜 바로잡지 못할까? “남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나라고 별 수 있나…” 이런 소리를 하지 말자. 그런 말을 한다면 문법은 무엇 때문에 있으며 왜 가르치는가? 대중이 다 쓰고 있는 말이라도 잘못된 말은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이처럼 뜻이 겹치는 말이 너무 많다.
더 가까이 접근하자, 철새들이 사는 서식지, 가난한 빈촌, 깊은 산골 오지, 유쾌하고 즐겁게 놀자, 값싸고 저렴한 물건,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낸다, 알은 곧 어린 치어가 될 것이다, 주어진 조건이나 여건에 맞추어 살자, 적을 모조리 다 섬멸하자, 고속도로에 낙석이 떨어졌다,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자, 지금 새 신부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열기를 감지하였다, 상호 명을 적어 놓았다, 부엌에서 쓰는 주방용품, 봄의 향기가 나는 채소나 나물, 모든 힘을 모아 총력집중하자, 보는 시각에 따라서, 누누이 여러 번 말씀드렸다, 기쁨과 환희에 넘쳤다, 기쁜 경사를 앞두고, 일별하며 언뜻 보았을 때, 지나친 과찬입니다, 일목요연하게 한 눈에 훤히 알아볼 수 있다, 만류하거나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말이 왜 이처럼 골병이 들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쉬운 우리말을 두고 한자말 쓰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자말을 빼놓고 생각해보면 누구나 틀린 말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2. 사투리를 살리자
우리 겨레말은 농민들이 쓰던 말이 중심이 되어왔다. 그런데 ‘서울의 중류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고 규정해 놓은 ‘표준말’에 갇혀서 글을 쓰고 말을 해온지 오래되었다.
중국 글자말을 제한하지 않고 표준말로 받아들이면서 순수한 우리말은 마치 무식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우리 겨레말을 모질게 학대하는 사람은 이른바 유명한 글쟁이나 훌륭한 학자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사투리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이 살아나게 된다.
사투리에는 중국 글자말이나 일본어나 미국말도 없다. 사투리에는 유비쿼터스, 패러다임, 블루오션, 노하우, 인프라 그리고 똘레랑스…같은 서양말이 없다. 사투리는 우리 겨레의 삶이 맛깔나게 우러나는 말이요 가장 믿을 수 있고 정이 가는 우리말이다.
지난 겨울 전북지역에 폭설이 내렸었다.
전북일보의 기사 머리제목이 이렇게 시작되었으면 어땠을까?
“고창, 부안지방에 눈이 겁나게 와부렀다.
어째야 쓰꺼나잉~, 짠해서~“
/박대우(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