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양의학에 의한 최초의 병원이 개설된 것은 1877년 3월 24일 일본인에 의한 부산의 제생(濟生)의원이다. 이해는 강화도에서 우리 군대가 일본군함 운양호를 포격했다고 해서 강제로 소위 병자 한일수호조약을 맺은 이듬해였다.
그런데 이 제생의원은 일본 해군이 한국내 개항지에 있는 그들의 거류민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다. 원장은 일본 해군의 군의인 야노(矢野義徹)였다. 그는 79년엔 귀국하고, 그 후임으로 군의관 마쓰마에(松前讓)와 토쯔카(戶塚積齊) 등이 왔다. 이들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비단 일본인 이외도 우리 한국인 환자에게 널리 치료를 해주었다.
이 제생병원은 그 후, 1884년에는 일본 해군에서 육군으로 이관되어 원장엔 다시 1등군의관 고이케(小池正直)라는 자가 약 3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이 동안 한국 사회의 견문집(見聞集)으로 ‘계림의사’(鷄林醫事)를 저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