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국인들은 붉은 띠를 두른 노동의 파업을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소리 소문없이 이심전심으로 퍼져 나가는 ‘자본의 파업’을 걱정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목소리를 한껏 올리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을 지켜볼 때마다 제발 자기 분수와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라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자본파업- 공병호 박사 칼럼(2005. 8. 15, 금융신문) 중에서
노조가 파업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자본이 파업한다는 소리는 생소하다. 그리고 자본가라면 모르겠지만 자본은 파업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KBS 스페셜’ 2부작 ‘이해충돌, 일자리의 위기’라는 방송을 보니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경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국내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짓고 해외로 진출하였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그래야 되지 않겠냐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수였지 않나 싶다.
문제는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소위 ‘고용없는 성장’이 심화되어 최근 ‘양극화’문제가 가장 시급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데 있다. 기업은 고속의 성장을 한다는데 국내경기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면 뭔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임이 틀림 없다. 국내 일자리가 없다면 기업의 성장이 국가적으로 이득인지 다시 따져 보아야 한다.
원숭이를 잡으려면 호리병에 사과를 넣어 둔다고 한다. 목이 좁은 병 속으로 손을 넣어 사과를 움켜 쥐고 놓지 않는 원숭이를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이런 원숭이 잡는 방법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일을 탐하다가 큰 일을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정부의 역할이 있다. 기업은 어떻게 하든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집단이다. 근로자는 당연히 일자리를 얻고 싶어 한다. 그 사이에서 정부는 국가적인 안목과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균형잡힌 판단을 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기업이 잘 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둘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둘 사이에서 심판을 봐줘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