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건축단상] 건축용어

분명한 개념 담긴 용어 써야

최근 아파트 분양 선전 문구에서 흔히 등장하는 용어는 ‘사이버(cyber) 아파트’이다. 실제, 이 용어는 인터넷 등을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선로 설비를 갖춘 유비쿼터스와 같은 아파트를 지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사이버’라는 용어는 정보화 분야에서 사이버 쇼핑몰(cyber shopping mall), 사이버 대학(cyber campus), 사이버 오피스(cyber office)등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고, 가상적으로만 존재하여 기능하는 대상을 말하고 있다. 만약 실제로 ‘사이버' 아파트라면,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cyber character)들이 사는 가상의 주거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1980년 초반, 우리나라에서 고급 연립주택을 지칭하는 용어였던 ‘빌라(villa)’는 본래 ‘별장’을 의미한다. 만약 휴양지나 교외에 있는 실제의 별장을 ‘빌라’라고 부른다면 일반인들은 아마도 그것이 별장이 아닌 교외의 연립주택으로 잘 못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맨션(mansion) 아파트’라는 용어는 본래 실내가구가 갖추어진 아파트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건축의 도입 초기 이후, 건설업계에서 막연하게 넓은 평수의 고급아파트를 지칭하였다. 이 경우는 건축용어가 상업주의적 오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실내 가구가 갖추어진 최근의 아파트가 실제의 맨션아파트라는 사실은 별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우리나라 도시와 근교에 있는 많은 음식점의 이름인 ‘가든’의 ‘garden’은 본래 ‘정원’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음식점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 상업적으로 통용되는 이 용어는 당초 정원이 갖추어진 음식점을 지칭하였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의 ‘가든’은 정원이 전혀 없는 도심의 일반 음식점 명칭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아파트(apartment)라는 건축용어는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구조적, 공간적으로 벽, 바닥, 복도, 입구 등을 공유하여 생활하는 공동주거형태를 의미한다. 최근 주택개량 사업으로 신축된 농촌의 단독 주택은 아파트의 평면 및 입면을 그대로 옮긴 듯한 형태를 취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아파트와 같은 내부공간과 평면 등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택내부에 들어서면 고층 아파트의 창처럼 높은 창 높이 때문에 실 내부는 푹 꺼져 있어 답답한 느낌을 받을 뿐 만 아니라, 과거 전형적인 농가주택에서의 주요 기능인 농산물의 건조, 가공, 저장 등을 위한 공간, 그리고 외부공간으로의 연결과 작업 동선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파트라는 용어는 도심의 고밀도 공동주거 형태의 건축이라는 본래의 의미에서 막연한‘고급주거 건축물’로 변해버려 우리에게 무조건 선망하고 지향하는 대표적인 주거 건축물을 의미하는 용어로 자리 잡아 가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용어는 대상을 지칭하는 동시에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막연한 환상으로 우리를 호도하는 건축용어에 휘둘리지 말고 이제는 분명한 개념이 담긴 건축용어의 통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전주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