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농민 두번 울리는 수입쌀 시판 - 강록춘

강록춘(농협 교육연수부 팀장)

작년 11월 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올해 2만 2,557톤의 수입쌀이 "밥 짓는 쌀"용과 가공용으로 시판될 계획이다. 그 동안 농민들이 강력히 반발해 온 수입쌀 시판이 드디어 현실화되었다. 최근 미국산 칼로스 쌀 2,752톤, 중국산 가공용 현미 5,400톤이 한국땅에 하역되었다. 우리쌀의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수입쌀이 시중판매 됨으로 인해 쌀값하락은 피할 수 없으며, 미국산이든 중국산이든 수입쌀이 가격경쟁력에서 국내산 쌀보다 우위에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농민은 이미 의욕상실과 패배감에 젖어 있다. 물론 정부가 공공비축제, 쌀 품질 고급화, 고정 직불금 상향 지급 등 쌀 농가의 소득보전제도를 마련했다지만 이러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있게 농민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농민은 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의 결과에 대해 이미 한 번 울었다. 수입쌀 시판으로 인해 농민이 또 다시 우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소비자인 국민은 품질 좋고 가격 또한 절감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수입쌀이 공매와 유통 그리고 소비자의 손에 이르까지 모든 유통의 각 단계가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원산지표시제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이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요, 농민의 최소한의 권익을 지켜 내는 길이다. 만일 시판용 수입쌀이 국산으로 둔갑 판매된다든지 가공용 수입쌀이 밥 짓는 쌀로 둔갑되어 시장에 유통된다면 이는 우리 농민을 두번 울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농산물 명예감시원과 대대적인 합동단속을 전개하여 수입쌀의 부정유통을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함은 물론 소비자인 국민 또한 원산지가 허위 표시되거나 수입쌀이 국산으로 둔갑 판매되는 일이 없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봐주어야 한다. 이는 이 땅에 사는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 아니겠는가. 두 번 다시 농민을 울게 하지 말자.

 

/강록춘(농협 교육연수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