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우리는 사회 각계에서 단결된 뜻이 끓어올라 많은 대응 움직임이 있었지만 우리가 할 일 가운데 가장 절실한 일은 뭐니 뭐니 해도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의 가슴에 한국혼을 심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어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첩경이라고 본다.
국어는 민족혼의 결정체요 국민적 일체감을 일깨워 주는 샘물과 같은 것으로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학생들에게 읽고 쓰는 능력향상을 최우선 교육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을 우리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닌 매우 의미심장한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고 여겨진다.
근자의 자료를 입수할 길 없어 부득이 해묵은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다소 어색한 감을 갖게 하지만 지난 2003년 서울대 모 교수가 문화관광부의 의뢰를 받아 서울 시내 명문대학 상위권 학생들을 조사표본으로 하여 국어 실력을 측정한 결과 평균점수가 34.23점이었다고 하니 실로 암초에 좌초된 것 같은 우려감을 금할 길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국제비교조사 결과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전체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은 OECD 20개국에서 과학 1위, 수학 2위로 매우 높게 나타나 있으나 모국어 학습력을 가늠하는 읽기 흥미도는 19위, 읽기 자아개념도는 20위로 OECD 20개국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업성취수준이 세게 최고수준이면서 모국어 학습력이 낮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장래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의 미래를 위해서도 우려되는바 매우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는 우선 어찌하여 이런 현상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90년대 후반부터 급증한 인터넷 세대의 규범 파괴적 언어가 원인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은 규범 파괴적 통신언어를 일상적으로 즐기고 있다. 이런 현상을 청소년 문화로 이해하더라도 폐단이 너무 크다.
둘째, 영어학습 열풍이 모국어 경시로 파행되었다고 본다. 모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한다는 언어학자들의 결론을 깊이 새겨 어려서부터 모국어 지도에 힘써야 한다.
셋째, 영상세대의 신문맹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요즘 세대는 글 읽기를 싫어하고 만화를 즐기며 인터넷 영상으로 하루를 열고 닫는다. 신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면서 머리는 영상으로만 채워지고 있다.
앞에서 살폈듯이 청소년 세대들의 국어에 대한 의식과 실력이 낮은 수준인 데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고시에서 조차 시험과목에서 국어는 언제부터인가 자취가 사라져 있다.
국어 경시 풍조 속에 국사에 대한 의식이나 우리 역사를 수호하려는 한국혼이 심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한국혼이 심어지지 않는다면 이웃 나라들의 지금 펼치고 있는 역사왜곡이 언젠가는 그대로 역사의 사실로 자리하게 해 주는 빌미가 될지 모른다는 유추가 가능할 것으로 보아 국어 경시가 얼마나 무서운 위험 독소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인터넷 세대들에게 한국혼을 심기 위한 국어교육의 절실성을 재삼 강조하면서 국어교육의 강화가 학교교육의 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으로 인식한다면 그 위험 독소는 더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병균(무주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