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자체 도입 10여 년 째로 도입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지방 정부로서의 역할을 조금씩 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5.31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지방을 넘어 세계화를 도모하고 지자체의 안정된 체제를 닦을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권의 운명을 결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려하는 바는 각 정당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자신들의 지지 기반 확대의 기회로 삼는가 하면 출마예상자들은 인물과 정책 등에 대한 검증을 통해 주민들의 심판을 받기보다는 정당의 지지도나 조직 등에 편승한 행보로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를 ‘정당 지지도 조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각 정당과 출마예상자들의 모습은 주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을 더욱 심화시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시켜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에 대한 중앙정치권의 신탁(信託)’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것은 그 지방자치를 완전히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에드문드 버크(edmund Burke)에 정의에 따르면 “정당(party)은 합치된 노력으로 국가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특정의 원칙에 근거해서 뭉친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들간의 정책의 차별성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았고 입후보한 인물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검증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판단의 기준은 지역주의와 연고주의가 되어어 왔다. 선진화된 정당체계의 정립을 위하여 나아가는 길이 아직도 먼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러한 과거를 청산해야한다고 요구한다. 따라서 정당의 소속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자체 후보가 어느 정도의 능력과 공인된 검증을 걸친 사람인가 이다. 2005년 12월31일 한 일간지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10명 중 5명은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소속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응답자의 52.0%가 출마후보를 기준으로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정책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답변도 30.1%나 됐지만, 소속 정당에 따라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7.6%에 그쳤다. 긍정적인 변화이다.
이번 5.31 지방선거전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의 트렌드는 정책선거로의 전환 조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표심의 전반적 흐름이 정쟁으로 전락하기 십상인 정치적 이슈보다는 손에 잡히는 정책적 이슈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이젠 정책이 승부를 가른다. 정당 중심의 선거에서 정책과 인물과 주민 중심의 선거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야가 말로는 정책선거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이슈를 놓고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 제기에다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하는 실정이어서 지방선거가 초반부터 정쟁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앞으로 쏟아놓고 있는 공약과 관련, 옥석을 가려내고 실현가능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나가는 주민들의 성숙된 참여가 절실하다. 선거란 결코 절대적인 선을 추구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더 나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기권보다는 투표하는 쪽을 선택해야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주민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오로지 선거뿐이다.
지방자치에 있어서 대표의 선출은 결국 주민들의 의식과 책임으로 귀착된다. 유권자들의 건강한 생각만이 5.31 선거에는 참신성과 균형 잡힌 판단력, 전문성을 두루 갖춘 능력 있는 인물을 골라 선택하게 할 것이다.
5·31선거가 인물중심의 정치지형을 만들어내고 이 어려운 시기에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병일(전주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