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재상의 부하가 말하기를 “재상께서는 앞서 마을 사람들이 싸운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었이 지나시고 이제 짐승 한마리를 보시고는 수레를 멈추고 물어보라 하시니 사람과 짐승사이인데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하니 그는 대답하기를 “아까 마을사람들 다투는 문제는 그 고을 태수가 알아서 할 일이고 재상된 내가 관여할 일이 못된다. 그러나 저 소는 지금이 봄철이라 날씨가 변덕스러워 저렇게 헐떡거리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일국의 재상으로서 백성들이 변덕스러운 정치로 저 소처럼 고통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니라”고 하니 그 부하는 감격해서 그 앞에 엎드려 사과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더러 있다. 좀 지나간 일이지만 사학법 문제로 장외투쟁이다, 국무총리 3?절 골프문제다, 총리지명자의 당적이탈이니 하는 것들은 정당끼리 반대를 위한 반대로써 당리당략만을 내세워 싸우는 것으로 병길같은 재상으로서는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땅에서 미국이 하는 짓을 보라. 요새도 그들의 쌀과 쇠고기가 막 들어오고 있다. 스크린쿼터, 의약품가격 간섭,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문제 등 그들의 탐욕스런 자본도 각종 금융계, 기업, 제조업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들의 신 자유주의 횡포로 자행되는 이권행위는 거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겨가면서 우리의 GNP만 올라가게 하는 기막힌 현실에 대해서 병길같은 재상이라면 마땅히 수레를 멈추고 불어볼만한 일이지만 여야정치인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실상 KAFTA같은 것도 그것이 단순히 무역문제를 넘어서 제국주의적인 그들의 정치문제라는 것을 아는 정치인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실로 정당이나 정권만 있고 정치부재의 나라이다.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군사적 측면까지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었고, 갈수록 거기서 헤어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화, 국제화시대 그들은 우리에게 정치, 경제적으로 예속만 강요하고 상호주의같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북한의 내 동족에 대해 지금도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악의 축이니 뭐다 해서 독설을 퍼붓고, 6자회담이나 각종 회의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문제해결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누가 이로운가를 똑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민족과 역사의식이 없는 백성들은 언제나 남에게 종속되거나 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강희남(김제난산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