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 보험자인 공단의 역할은 가입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중요한 정책결정 권한이 없는 상태다. 보험급여의 범위, 본인부담의 수준 등 가입자에 관한 주요 정책사항은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또한 진료비 심사에 대한 권한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지고 있다. 정작 공단은 가입자들로부터 년간 15조원 이상의 보험료를 징수하여 관리하면서 재정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결정은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다. 보험자로서 공단이 수행하고 있는 기능은 사실상 기본적인 기능인 보험료 부과와 보험급여비 지급뿐이다. 보험료, 수가, 보장성 등의 결정에서 가입자의 의견과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체계가 미흡하다.
따라서 공단이 가입자에 대한 적극적인 권익보호와 보험자 역할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건강보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단이 건강보험의 관리주체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권한을 공단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 가입자의 대리인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과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건강보험 급여관리를 위한 요양기관에 대한 자료제출과 현지확인 권한이 필요하며, 의료수가의 결정과 보험급여 범위설정 등을 직접 관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공적 의료보장체계를 통한 국민건강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 공단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박재기(국민건강보험공단 임실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