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건축단상] 한옥

현대적 전통성 살릴 방법 찾아야

한옥은 일반적으로 기와 지붕, 용마루의 곡선, 길게 내민 처마 선들의 중첩과 조화, 재료와 형태의 통일성, 그리고 동네 길을 포함한 내·외부 공간, 인간적인 규모(스케일,scale)와 배치로 인해 우리 고건축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있다.

 

전주 교동의 한옥마을은 이러한 고건축 본래의 아름다운 전통성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 인정받아 이제는 단순한 ‘보존’의 차원에서 더 높은 ‘재활(rehabilitation)’의 단계로 추진되고 있음을 본다. 즉, 과거의 주거용 뿐 만 아니라 현대의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인 전시, 휴식, 모임, 공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고건축의 보존과 활성화를 위한 ‘재활’이라는 새로운 방법에 의하여 전통성이 확보될 수 있으며, 과거의 전통에 이제 새로운 현대적 전통의 문화적 부가가치가 더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옥을 옛 방식 그대로 지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았었던 그들은 한옥이 현재 생활의 용기(用器)로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한옥 그 자체라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고 숨쉬는 천연 재료로 지어졌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보상받는다고들 한다. 우리는 왜 옛 방식의 한옥을 선호하는가? 옛 건축을 모사(模寫)한 현재의 ‘고건축’에서라도 그들에게 중요한 전통성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적어도 옛부터 지금까지 변하고 있지 않은 햇빛, 바람, 기후 등의 풍토적 불변인자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전통성에 가치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이 경우 아파트와 같은 현재의 주거형태에서 찾을 수 없는 전통성을, 우리의 자연과 풍토적 요소에 대해 과거 오랜 세월 순응했던 주거생활의 해결 방법으로서의 한옥에 대한 믿음을, 건강하고 자연적이라는 전통성에 대한 물리적 정신적 편안함을,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면서까지 한옥이라는 건축에서 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건축적 전통성에 대한 잠재적 요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시대의 현대적 전통성을 구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오늘날의 한옥의 모습은 옛 한옥의 가구식(架構式) 목(木)구조 만이 아닐 것이며,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지붕 위에 얹은 기와의 형태와 재료의 모습만이 아닐 것이다. 목구조에 적합했던 약 2.4m 한 칸은 새로운 구조재로서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고건축의 형태, 구조와 재료만으로 모사된 현대의 한옥은 건축적 전통성을 포괄하는 풍토적 불변인자를 고려한 가변인자들의 표현으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전통 한옥의 ‘ㅁ’자형 평면 형태는 우리네 가족 구성원의 관계를 구심적으로 모이게 하여 한 몸으로 구성시킨다. 출입문의 전통적 창호화는 프라이버시를 위한 폐쇄성과 숨결을 느끼게 하는 필터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 마당 공간의 분할과 통합, 진입 경로의 영역화, 숨쉬는 천연재료 등에 의해서, 과거 모사형 한옥 수준을 넘어 우리가 선호하는 한옥의 전통성을 새롭게 이어나갈 수 있는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