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제의 스승의 날을 기다리며 - 김형중

김형중(전북여고 교장)

5월은 계절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봄의 끝자락이다. 길고도 춥던 겨울의 매서운 기세도 3월이 되면서 수은주를 끌어 올리는 봄의 강한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4월을 지나오면서 하루가 멀다 않고 황사가 엄습하는 등 화려한 5월을 위한 봄은 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 4월을 지나 그토록 기다리던 5월의 기운은 얼마나 맑고, 또 향기로운가.

 

5월에 들어서면서 앞산 뒷산은 빨주노초 색동옷을 입은 한 폭의 산수화로 그려지고 있다. 지난 5일 어린이 날이자 부처님 오신날, 8일 어버이날에 이어 15일은 성인의 날과 스승의 날이 겹쳐온다. 올해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무려 열 한 개의 각종 기념일이 몰려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해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스승의 날이어서 참으로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

 

'만남으로 시작해서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인생살이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인생에서 더 없이 소중한 만남이다. 학생들이 인생살이에 눈뜨고, 가치관을 형성하고, 세상에 마음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가는 과정에서 스승의 가르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치고 인도해야 할 교단 안팎에는 불신이 난무하고, 마음이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즐거워야 할 스승의 날을 앞두고 '고민'이 앞서는 교단이 씁쓸하기만 하다. 물론 이런 지경에 까지 불러온 어지러운 교육 현장을 필설로 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교육계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하고, 불신을 믿음의 장으로 이끌어가는 반성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소수 교사들의 부주의한 언행은 45만여 교육동지들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곤 하지만, 그래도 산골오지나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불평불만 한마디 않으면서 가르침을 천직으로 알고 학생들에게 충실한 선생님들이 더 많고, 이는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일제 하에서는 민족의 독립정신을 일깨우는 횃불이 되었고, 민족해방과 동족상잔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던 시대에는 허물어져가는 민족정신을 바로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경제개발의 기치를 높이 흔들어 대던 60~70년대의 스승들은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 일꾼을 키워냈다.

 

지금 교단에는 그 선배님들의 교육관을 바로 세워가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후배교사들이 더 많다고 감히 자부하고 싶다. 신뢰받는 학교문화와 믿음직한 교육풍토를 만들기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하는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나아가 그들의 허탈한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사랑의 좌표가 참된 교육 봉사의 자세로 꽉 채워질 때까지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소신을 펼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

 

그리고 감히 당부의 말씀도 드리고 싶다. 이 땅의 교육자들이 울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강한 소신과 불같은 열정을 오직 학생들 만을 위해 바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께서도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옛날처럼 스승으로 공경 받던 전래의 미풍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르치는 선생님과 배우는 학생의 인연으로 카네이션 한 송이 정도는 가슴에 채워지는 모습이 그립다. 또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흔들림없는 사명의식으로 우리들의 후배들을 훌륭한 인격체로, 또 이 나라의 초석으로 길러낼 수 있는 제반여건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형중(전북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