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新기러기 가족 - 오석주

오석주(문화유산 해설사)

자녀가 해외 유학이나 해외 취업을 가고 어머니가 그들을 돌보기 위해 동반출국한 후 아버지 혼자 남아 텅 빈 집을 지키는 가족을 일컬어 ‘기러기 가족’이라 부른다. 혼자 남은 사람은 ‘기러기 아빠’가 된다.

 

원래 기러기는 홀수로 날아 다니는데 기러기 가족, 기러기 아빠는 그야말로 외톨이 홀수라 그 일컬음 속에 야릇한 외로움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기러기 가족은 서울에서는 ‘귀족층’에 많고, 귀족층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강남구, 서초구에 많다고 한다.

 

우리 전북의 경우 도세가 약하고 경제력이 취약한데다 청년 일자리 창출마저 크게 미흡하다보니 남녀 노소간에 기회만 닿으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올라간다. 물론 늘어나는 인구 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자녀들이 장성해서 수도권에서 직장을 갖게 되고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후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들이 상경한다.

 

자녀와 부인이 상경하고 나면 노년에 접어든 남자 한 분이 집을 지키기 위해 남게 되는 바, 이를 ‘新 기러기가족’이라 표현한다. 이러한 ‘新 기러기가족’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가장 확실한 대안 제시야 말로 우리 지방에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정책이며 중요한 공약이 아닐까 싶다.

 

우리 지역에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 취업 걱정이 없고 소득이 높아져 경제적 어려움이 사라지면 그 나머지 문제는 봄날 눈 녹듯이 언제인 듯 사라질 것임은 자명한 논리일 것이다.

 

개혁과 개발로 국토가 몸살을 앓기 전 우리 전북은 넓은 농토(평야)와 풍요로운 자원으로 인하여 살기 좋고 인심 좋고 소득 높은 천혜의 땅으로 맛과 멋에 더불어 어우러지는 노래 가락으로 지역 전체가 ‘인정의 덩어리’였다.

 

그런데 군사정권 이후 창출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어찌된 일인지 도민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상황은 180도 거꾸로 달라져 전국에서 가장 홀대받고 소외되고 천덕꾸러기 찬밥 신세가 되어 있음을 도시·농촌 할 것 없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전북 경제산업의 근간이 되는 농업과 축산업이 축소되고 홀대 받음으로써 그 여파로 따르는 이농과 인구유출 그리고 교육여건 답보로 인한 영재, 수재들의 탈 전북은 전북의 역발전을 가속화 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문전옥답은 소중한 유산이 아니라 애물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혁신도시 운운하면서 각 자치단체마다 유치에 혈안이 되어 공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 아직은 부유층 운동으로 인식돼온 골프장 건설이고, 대규모 건설과 대형 유통업은 수도권의 대기업이 독식하는 등 도대체 전북의 산업을 육성하고 전북의 인재를 육성코자 하는 실체적 대안은 한낱 허상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애향심을 갖고 내 고장을 지키며 지역발전에 앞장서겠는가. 전북 사람들이 애오라기 욕심내는 것은 공부 잘하는 자녀들이 서울의 일류대학에 들어가서 졸업 후 석·박사학위 취득하고, 행정·사법고시, 의사 약사 한의사나 국영 기업체에 취업하거나 안정된 국가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을 본인이나 가족의 일생 일대 영광으로 삼는 것이다.

 

설령 영원한 ‘기러기 가족’이 된다 하더라도…

 

/오석주(문화유산 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