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발명된지 1백년이 넘는동안 많은 발전을 가져왔지만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도와주는’ 기본기능은 달라진 것이 없다.경승용차도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현재도 유럽은 경차들의 천국이다.지난 2001년 기준 이탈리아(45%),프랑스(39%)의 경차 보급률이 높은 것은 주차가 쉽고 좁은 길도 잘달리는 편리성에 세금 감면혜택과 유지·관리비가 저렴해 실용성을 추구하는 유럽인의 취향에 잘 맞기 때문이다.
경차의 대표적인 차가 독일의 폴크스바겐(Volkswagen)이다.독일어로 ‘국민의 차’란 뜻인 폴크스바겐은 1936년 히틀러가 ‘자동차왕’포르세에게 의뢰해 제작된 우스꽝스럽게 생긴 차로 ‘딱정벌레’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이 차는 1976년 독일에서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처음 모델 그대로 1900만대를 생산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로 치솟아 휘발유 1ℓ 가격이 1500원을 넘어섰지만 연비가 중형차보다 60% 이상(마티즈 16.6㎞/ℓ,쏘나타 10.7㎞/ℓ)좋은 경차가 국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국산 경차인 대우 마티즈의 올들어 4월까지의 판매량은 전체 승용차 판매량 29만5605대의 4.2%인 1만2486대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의 27.6%까지 점했던 경차 판매비중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물론 소득수준의 향상 탓도 있겠지만,차종을 사회적 신분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여기에 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의지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지난 1996년 경차 보급에 나선 정부가 취득· 등록세 면제와 주차료및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등 기존 혜택외에 추가 유인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경차를 구입할 실익(實益)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중앙부처와 주요 위원회가 올해 구입할 예정인 업무용 차량 가운데 경차는 단 6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고유가 극복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경차 죽이기’에 앞장서는 느낌이다.이러고서도 국민과 기업들에게 고유가시대에 대비해 자동차 요일제 운행이나 에너지 절약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할 염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공무원이 하기 싫으면 국민들도 하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