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길 원했던 님들이시어!
님들의 피맺힌 절규와 호소를 가슴속 한 언저리에 고이 담아두고 살아왔던 세월이 어언 26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이승에서의 삶이 아닌 저승에서나마 편안이 계셨는지요. 젊은 피가 솟구치던 20대 청년의 나이에 님들 과 함께 하던 이 졸자도 님들의 거룩하신 죽음의 희생에 조그만 보답도 못한 채 어느덧 세월의 붙임 속에서 이젠 불혹이 훌쩍 넘어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보고픈 님들 이시어!
작금의 한국정치는 난세이며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인 것 같습니다. 천자가 천하의 종주로서 중국대륙을 다스렸으나 제후들을 다스리는 능력을 잃게 되어 약육강식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춘추전국시대가 되어 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인지는 몰라도 권능을 잃어 통제권이 상실한 듯하니 많은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이 저마다 앞 다투어 민생은 뒷전으로 하고 쉴새 없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세력을 넓히는 패권주의에 의해 서로 힘을 합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며 어제의 변절자가 오늘의 애국자인양 하며 비소를 머금고 있답니다. 이들은 모두 그 지역의 단체장 또는 대통령을 꿈꾸며 천하통일 한국의 진시왕이 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5.31지방선거가 생활 자치선거, 풀뿌리 민주선거라는 정체성은 온데간데 없고 중앙정치의 부속품처럼 예속화되어 갑니다.
출마자들은 주민보다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차기 대선 주자들의 눈도장을 찍어 공천장을 들고 자신의 정책, 비전, 철학, 경륜 보다는 지역주의에 기댄 중앙정치 게임에 당락의 운명을 맡기는 어찌 보면 가련한 출세지향주의자로 전락해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허울 좋은 상향식 국민 참여 경선제도는 포장 속에 가려워진 인형극이 되어 버렸고 사실상 전략공천이라는 미명아래 각 당이 후보를 서로 맞바꿔 출마하는 이른바 스와핑 짝짓기 공천, 마구잡이식 묻지마 영입으로 인한 밀레의 이삭줍기 공천이라는 전대미문의 이상한 공천으로 작금의 선거 분위기는 엉뚱한 방향타를 잡고 가는 것 같습니다.
님 들 이시여 !
이 시대의 ‘ 나는 승리를 훔치고 싶지 않다’라고 역설하는 진정한 한국의 알렉산더 대왕은 없나이까? B.C 331년 47,000의 병력으로 20만 페르시아 전투에서 참모들의 야습 건의에도 “세계를 정복하려는 자가 어찌 얄팍한 계책으로 승리하고자 하는가? 아침에 정정당당히 싸워 승리하겠다” 라며 결국 가우가멜라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알렉산더 대왕이 그립습니다.
5.18 민주영령이시여!
님들의 바램 과 열망은 한국의 진시 왕을 꿈꾸는 자와 그를 추종하는 권력지상주의자들에 의해 멍들어 오늘도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습니다.
님 들 이시여!
이제 님들께서 일어나소서. 님들 께서 회초리를 들어 우리들의 마음속의 긴 잠을 깨어나게 하소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경세지략은 위정자들의 몫이 아닌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십시오.
잠 못 이루는 밤, 오늘 밤은 유난히 님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 5.31지방선거가 끝나면 후일담을 님들 에게 다시 전해 드리겠습니다.
님들이시여, 편안한 밤이 되소서!
/나경균(원광대 초빙교수,5.18민주유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