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소속감 결여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는 욕구는 생리적인 것이다. 생리적 욕구가 채워지면 안전에 대한 욕구가 뒤를 잇는다. 이어서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갖는다. 다음으로는 자존심 그리고 제일 나중에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이런 내용은 매슬로의 ‘욕구발달 5단계 이론’에 제시된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욕구가 순차적으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때론 자존심의 욕구가 소속감에 앞서는 경우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의 단계에 소속감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우 소속감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인구 이십만의 도시에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큰 길을 막고 특정 고교 동문들이 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소속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소속감이 부정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연줄’이다. 줄을 잘 서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혜택(?)을 입은 사람들은 그 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다시 베풀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일을 되풀이하곤 했었다. 서로 친한 아이들끼리 뭉치는 또래집단은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나타나지만 이런 또래집단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더 심화되고 강화되는 것은 이러한 결속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개인적 노력의 결과보다 크기 때문이다.

 

요즈음 개미형 인간보다 ‘거미형 인간’이 자주 거론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인간관계와 그 소속감에 대한 순기능을 강조한다. 거미줄만 쳐놓고 먹잇감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게으른 이미지에서 관계형성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관계가 강조되는 이유는 현실에서 인간관계와 소속감의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직무만족도 조사 및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소속감은 56%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최하위권이었으며 상급자에 대한 존경심은 물론 기업비전과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1999년 89%에서 2000년 82%, 2002년 74%, 2003년 73%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나친 소속감으로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소속감의 부재로 인한 생산성 약화 역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학연, 지연 등에 대한 소속감은 강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일하고 봉사해야 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낮은 경우가 가장 심각한데 이는 공동체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