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앞으로 추진할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위해 한옥마을 뿐만 아니라 도시전체로 그 눈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도시의 스케일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주시 전체를 전통문화중심도시에 걸맞도록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전주의 4대문은 전주의 전통문화중심도시의 도시적 정체성을 잘 말해줄 수 있는 구심의 역사적 유물이다. 동문, 서문, 북문은 일제의 도시계획에 의하여 1911년에 철거되었고, 이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풍남문(보물 308호)은 주변의 도시화에 의해 로터리로 변하여 성벽도 없이 차도로 둘러싸인 섬이 된지 오래다. 대문의 나들목의 기능은 닫혀진 문짝으로만 짐작할 뿐, 가까이 가볼 수 없는, 함께 숨 쉴 수 없는 박제화된 옛 건축물일 뿐이다.
이제는 대문의 빗장을 다시 풀어야한다. 또한 없어진 나머지 3개의 대문도 복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풍남문 역시 역사적으로 보면 몇 차례의 수축(修築)과 재축(再築)을 거듭해 온 사실이 있으므로 이 대문들의 복원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복원된 대문의 도시적 영역에 한옥마을에서 시도해 본 경험을 살려 새로운 도시적, 건축적 프로그램과 디자인을 부여하여 문화적 부가가치를 적극적으로 얻어내야 한다. 구도심의 주거밀도를 높여 활성화하려는 단순한 재개발 방식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는 3세기 마한을 시작으로, 백제, 후백제, 고려, 조선시대의 1700 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진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한 도시이다. 전통문화중심도시로서의 도시 디자인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전주 8경, 10경, 동고산성, 남고산성, 반태산, 무왕말 등의 산성 등은 새로운 도시 디자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전통문화중심도시의 속성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건축과 도시의 디자인도 필수적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전통성과 함께 현재의 전통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개관한 스페인 빌바오 시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매우 현대적으로 설계한 작품이다. 인구 40만 규모의 이 소도시는 스페인에서도 매우 역사적인 곳으로서 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고딕과 바로크 건축으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도시에 새로운 미술관 하나가 역사적인 도시의 이미지와 부가가치를 세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제 전주는 전통문화중심도시의 큰 주제 아래, 한옥마을 뿐 만 아니라 도시전체의 스케일에서 건축과 도시 디자인이 새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건축과 도시의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