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예술의 상상할 자유 - 김정수

김정수(극작가)

전 세계의 관심 속에 개봉된 영화 ‘다빈치 코드’가 완성도 논란 속에서도 순항중이다. 한국기독교 총연합회의 극단적인 개봉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개봉 4일만에 140만을 넘기며 국내 영화계를 휩쓸고, 세계 가톨릭국가들에서도 박스오피스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기총은 “역사적 소재를 표면에 내세워 교묘한 소설적 허구 전환의 기만적 기법을 통해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에 대한 엄청난 오해와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한다면서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으며 “허구를 역사로 착각하게끔 하여 일반인은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소설보다 더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한기총의 태도는 처음부터 웃음거리로 전락할 공산이 컸다. 소설이나 영화는 아무리 사실을 근간으로 창작되었다 해도 허구다. 그런데 영화의 허구성을 규탄하는 일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스스로 현실을 가장한 허구임을 명백히 하는 예술작품을 규탄한다는 것처럼 비논리적인 일은 없다. 과연 일반인들이 혼란을 느낄 것은 무엇이며, 영화 한 편에 기독교인들이 갈등을 느낄만큼 그동안의 기독교 교리가 허술한 것이었나 반문하고 싶다.

 

최근 발견되었다는 ‘유다복음’과 같은 외경과 위경의 사실성까지 굳이 들먹일 것까지도 없다. 전제컨대, 나는 헐리우드 영화에 관한 반감과 함께 기독교적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종교적 신념과 신앙의 문제가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중요한 만큼, 종교를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견해나 판단도 소중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의 문제다.

 

보수 교단이 ‘다빈치 코드’를 특별히 문제 삼는 이유는 예수의 ‘신성’에 도전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신성’을 상상하면 발칙한 일인가? 예수의 결혼설이나, 예수의 신격화 과정에 관한 인간적 상상력은 정녕 금기시되고 단죄해야 하는 문제인가? 나는 오히려 이 작품이 현대인들에게 예수와 그 시대에 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무렵, 종교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상당한 공감을 보인 점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배교를 결행했을까? 내 주변엔 결코 그런 사람이 없다. 그들의 신앙이 그렇게 유아적이고 단세포적이라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염려하는 종교지도자들의 수준이 염려스러울 정도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타인과 공유하고픈 욕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종교인에게는 종교탄압과 똑같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예술은 상상력의 소산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서로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산다. 그 때문이라도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일만큼은 자유로워야 한다. 침대에 맞추어 사람의 다리를 자르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수(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