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승자가 모든 전리품을 챙기는 선거는 더욱 그러하다. 패하면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처참한 전흔만 남는 것이 전쟁과 흡사하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선거를 전쟁에 비유하여 선거전이라는 표현을 곧잘 쓴다. 선거판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거전이 치열하면 할수록 후유증도 그만큼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인생을 걸고 사력을 다해 뛰고 또 뛰었는데 낙선을 해도 오기가 나지 않을 도덕군자가 어디 있겠는가. 어떤 후보는 당선자의 부정을 캐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하고, 어떤 후보는 당선자와 담을 쌓고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심성이 아주 고약한 사람은 대물림을 하며 앙갚음을 하려고도 한다.
당사자인 후보는 그렇다고 치자. 선거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선거운동원들까지도 후보 못지않은 적개심을 갖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모함한다. 도가 지나친 사람들은 뚜렷한 까닭도 없이 무조건 증오하고 저주하기까지 한다. 승부의 세계가 아무리 냉혹하다지만 문명이 미개했던 시절의 유산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당서(唐書)의 배도전(裵度傳)에 승패는 병가상사(兵家常事)라는 말이 나온다. 당 황제가 전쟁에서 지고 온 배도에게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는 것은 병가에서 늘 있는 일이니 크게 탓할 바가 못된다"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금부터 천년도 훨씬 넘은 시대의 금언인데 어찌하여 깨우치지 못하고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느지 참으로 아타깝다.
승부의 세계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언제 그 승부가 다시 뒤집힐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언제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 인터넷 글방에 떠 있어 퍼다 옮겨본다.
승자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패자는 이기는 것도 은근히 염려한다. / 승자는 과정을 위하여 살고, 패자는 결과를 위하여 산다. / 승자는 순간마다 성취의 만족을 경험하고, 패자는 영원히 성취의 만족을 경험하지 못한다. / 승자는 구름 위의 태양을 보고, 패자는 구름 속의 비를 본다. / 승자는 넘어지면 일어서는 쾌감을 알고, 패자는 넘어지면 재수를 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