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이 살아있는 곱슬머리와 적당히 나온 배, 고매한 인격의 상징을 두루 갖춘 성악교수 ‘이영선’. 영화 ‘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에 카사노바 성악가 교수로 출연하며 풍부한 성량을 뽐냈던 배우 이병준씨(42)가 실제로 백제예술대 뮤지컬과 교수로 알려졌다.
‘영선’은 뮤지컬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제자 인정을 한적한 시골 강가에서 성추행하다 시골 폭력배들의 삼겹살 파티에 말려드는 인물. 1990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하면서 뮤지컬과 인연을 맺고, 그동안 ‘명성황후’ ‘시카고’ ‘아가씨와 건달들’ ‘한여름밤의 꿈’에 출연하며 학생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치고 있는 그에게 이번 배역은 ‘몸에 꼭 맞는 옷’과 같다. 뮤지컬 발성으로 다져진 목 답게 영화 초반 오페라 ‘마술피리’의 아리아를 부르는 대목도 거뜬히 소화해 냈다.
상류층의 위선을 대변한 그의 연기에 원신연 감독은 그를 “극 중 배역을 가장 잘 소화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번 역할로 그에게 웃지 못할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바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에 큰 변화가 생긴 것.
뮤지컬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 몸을 만질 때가 많은데, 시나리오를 받은 후부터는 여학생의 몸을 만질 수 없었다고. 그는 “발성이 잘 되는지 알아보려면 배 부분을 만져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키스하는 포즈를 보여야 할 때도 있는데 극중 ‘영선’처럼 비칠까봐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웃었다.
‘구타유발자들’은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해 일찌감치 숱한 배우들이 탐냈던 작품이다.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에 관객 반응은 극과 극이지만, 기자시사회에서는 흥행성 79%, 작품성 89%의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