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앞 못보는 행정 책임은 누가

이성각 기자

60여억원을 투입해 1998년 준공된 군산 조촌동 제2정수장.

 

설계단계부터 추후 용담댐 물이 공급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비지원을 이유로 악착같이(?) 고집해 준공된 정수장이다. 시설은 가동됐지만 몇년 지나 예정대로 용담댐 물이 들어오면서 정수장 활용도는 당연히 떨어졌다. 게다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에 정수장 운영비용은 군산시에게 부담이 됐다. 급기야 군산시는 ‘정수장 폐지’를 환경부에 건의했고, 환경부는 ‘폐지는 곤란하다’며 휴지결정을 내렸다. 수천만원을 들여 정수장을 폐지해도 문제가 없는지 용역까지 맡겠으니 이래저래 돈만 들어갔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비 수십억원이 투입된 시설을 수년만에 폐지한다’는 점에서 예산낭비 지적이 두려웠을 것이다. 물론 시민들은 휴지결정이 환경부의 면피성 조치임을, 그리고 ‘휴지’결정이 사실상 정수장 폐지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앞선 사실들은 군산에서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이미 설계 당시부터 시청 관련 공무원은 물론이고, 언론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회의적인 입장이 충분히 전해졌다는 것이다. 용담댐 용수공급이 돌발변수가 아니었고, 군산시의 물수요도 예측이 가능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들이 여전히 실마리를 못찾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입장도 여전하고, 군산시도 ‘폐지’를 건의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휴지’를 건의해 환경부에 명분을 내준 꼴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의 불만도 많다. 우선 당장 사유지가 포함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침해받고 있고, 정수장 휴지로 수원지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여전히 묶여 있다.

 

앞 못보는 행정이 가져온 실타래, 누군가 책임있는 자세로 풀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