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보이는 악운(惡運)이나 대상’을 뜻하는 징크스(jinx) 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길흉(吉凶)의 점을 볼때 이용하던 개미잡이라는 작은 새의 이름에서 유래한다.이 새는 모양이 음산하다고 하여 불길한 새로 취급됐다.
동양에서 숫자 4를 한자의 ‘죽을 사(死)’자와 연상시켜 기피하는가 하면,서양인들이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한 날로 치며, 숫자 ‘666’을 ‘저주의 수’로 여기는 사례등이 징크스의 대표적 사례이다.반면 영구차가 자나가는 모습을 보면 재수가 있다든지 어떤 색갈의 옷을 입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든지 하는 식의 긍정적인 믿음도 있다.
이같은 징크스를 믿는 사람들은 철저하리 만큼 따르기도 한다.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나 결과를 운명으로 돌리는 일종의 미신으로 볼 수 있다.운동선수나 바둑기사등 직업적으로 끊임없이 승부를 겨루는 사람들한테 유독 징크스가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징크스를 깼다’고 하면 운명으로 체념했던 일이나 포기하다시피한 승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극복한 것을 의미한다.이 과정에서 끊임 없는 노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지금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대회에도 그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많은 징크스가 있다.과학적 근거나 확률과는 상관없이 이같은 징크스는 지속돼오고 있다.개막전에서 강팀이 약체팀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다는 개막전 징크스,전 대회 4강 진출국중 한 나라는 다음 대회에서 예선탈락하는 4강 진출국 탈락 징크스,개최 대륙에서 우승팀이 나온다는 징크스 등이 대표적이다.그러나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때 3위를 차지한 터키가 본선진출에 실패해 징크스를 확인했지만, 개막전에서 개최국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4대2로 물리침으로써 징크스 파괴의 서막을 열었다.
그제 한국팀이 토고를 2대1로 격파한 것도 우리에게는 지긋지긋한 월드컵 ‘원정경기 무승(無勝)’징크스를 깼다는데 의미가 있다.지난 1954년 스위스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다섯차례 해외 원정경기에서 거둔 4무10패에 그친 징크스를 보기좋게 깨뜨린 쾌거인 것이다.이번 승리로 우리 선수단은 자신감이라는 값진 자산을 얻었다.기록이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징크스도 마찬가지다.우리 선수단의 거침없는 전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