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대회는 선수와 이를 응원하는 관중들이 어우러진 페스티벌이 되었다. 스포츠가 상업주의에 너무 물들었다는 비판도 없지 않으나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을듯 하다. 박지성의 수준 높은 플레이와 이천수·안정환의 슛 순간에 4700만 명이 숨을 멈추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들 스타 플레이어 뒤에는 이를 조련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들의 머리싸움이 불꽃을 튀긴다. 이들 감독들에게 월드컵은 희비가 엇갈리는 격전장인 셈이다. 성적에 따라 명장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무능한 인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이번 독일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 중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국가는 절반인 16개국이다. 또 출신 국가별로 보면 브라질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고 네덜란드 4명, 프랑스 3명 순이다. ‘왕대 밭에서 왕대 난다’고 축구 강국에서 명감독이 나온다.
브라질 출신은 일본의 지쿠, 포르투갈의 스콜라리, 브라질의 파헤이라, 코스타리카의 기미랑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케타 등이다. 이 중 스콜라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파헤이라는 94년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일본이 비록 첫 경기에서 ‘히딩크 매직’에 걸려 역전패를 당했지만 지쿠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미드필더로 칭송받던 스타 플레이어다.
네덜란드 출신은 한국과 호주 감독을 맡은 아드보카트와 히딩크가 단연 돋보인다. 네덜란드의 바스턴, 토바고의 베인하커르 역시 이 나라 출신이다. 네덜란드 축구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특징으로 하는 토털 사커다. 지난해 작고한 미헬스 감독이 70년대 창시한 전술로 히딩크와 아드보카트가 수제자 격이다. 선수들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포지션을 바꿔가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히딩크는 2002년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어 한국에선 특별한 존재로 떠받들고 있다. 제1호 대한민국 명예국민의 영예도 안았다.
지난 대회에 이어 계속 같은 감독이 지휘하는 국가는 잉글랜드 미국 스웨덴 코스타리카 등 4개국. 최고령은 토고의 오토 피스터(69). 최연소는 네덜란드의 바스턴(42)이다. 아드보카트는 축구의 성공조건으로 개인 경쟁력(Quality), 마음가짐(Mentality), 적절한 행운(Luck)을 꼽았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속에 감독들의 부침도 흥미거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