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자랑스러운 선생님이고 싶다 - 조미애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최근 교원정책특별위원회에서 본회의 상정을 위해 만들어진 합의안이 부결되고 소속 위원 중 일부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교육정책이 또다시 표류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게 되었다. 교장승진제도에 대한 교원단체의 견해가 10인10색으로 크게 엇갈리고 교육정책이 교원단체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는 비난 중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추구하는 목표가 서로 같다는 것이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음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어렵게 이룬 합의가 막상 무산되고 보니 일부 특위 위원들의 상심이 매우 컸던 것 같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서는 새로운 교원정책을 올 상반기에 만들겠다는 로드맵으로 교원특위를 구성한 바 있다. 다시는 승진에 매달려 학생교육이 소홀히 되는 사례가 없도록 하고, 교단에서 묵묵히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신 선생님들이 우대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전문위원회인 것이다.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이 어찌 하나뿐일 수 있겠는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담긴 오솔길이거나 몇몇 사람들의 동행 길이었던 좁은 산길일 수 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정상에 이르는 길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산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조용히 안내하는 것이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며 아름다운 사회로 가는 길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9월부터 전국 51개교에서 교장초빙?공모제 시범학교를 운영하며 이중 특성화고 4개교에는 20대 IT전문가부터 60대 전직CEO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완전개방형 공모제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교육부의 방침은 현장 교원들에게는 오히려 혁신적이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교장의 자격기준은 ‘학식과 덕망이 높은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한다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자’이다. 사회 각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된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원정책특위 합의안에는 교장 자격을 10년 이상의 교육경력자로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 국내정상에 있는 (주)메가스터디(megastudy)의 창립 멤버로 연봉 18억을 포기한 괴짜강사의 이야기 <이범, 공부에 반(反)하다> 를 보면,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비해 교육정책의 역량이 뒤떨어져있는 현실이 정말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학원가의 서태지라고 불리는 그는 교육부가 학생들을 실험용 쥐로 취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학원 강의를 그만두고 지금은 인터넷무료강의만 하고 있는데 ‘나의 무료강의는 선행이나 기부행위가 아니라 나의 생활이다’라고 하면서 한국 사교육의 중심인 대치동식 학원 교육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강변한다.

 

교육비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고, 입시지옥 학교교육으로 자살하는 학생이 늘어가고, 2만 여명의 초?중?고 학생이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으로 유학 가는 지금의 참담한 교육현실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교장승진 및 교원양성과 연수제도를 기필코 마련하여 교육기획력을 가진 교사에 의해, 자율적인 학교운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평생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생님이고 싶다.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