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공무원으로 '지리산판소리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용근(48)씨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지 실사를 거쳐 경남 하동군 악양면 하중대 마을 뒷산에 있는 유성준 명창의 묘역을 최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소장은 "묘역이 있는 곳은 유 명창이 고향인 전남 구례를 떠나 말년을 보냈던 악양면 상신대 마을 인근이며 후손이 없어 묘역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유 명창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박기홍, 김창환, 송만갑, 정정렬 등과 함께 당대 최고의 명창으로 불린 인물이다.
동편제 판소리 창시자인 송흥록의 조카 송우룡 명창을 사사하고 '적벽가'와 '수궁가'를 임방울, 정광수, 박동진, 강도근 명창에게 전승한 '동편제의 적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유 명창은 1944년 악양면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뒤 지금까지 묘역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뜻있는 국악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 소장은 이와 함께 박만순의 수제자 양학천 명창이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 묻혀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동편제의 뿌리를 되찾기 위해 20여년 전부터 초야에 묻혀있는 명창들의 묘역을 추적해왔으며 지금까지 송흥록, 장재백, 김정문 등의 묘역을 밝혀냈다.
김 소장은 "후진들의 무관심으로 당대 최고 명창들의 묘역이 전국 각지에 흩어진 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판소리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 묘역을 한 자리에 모아 성지로 조성하는 사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