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은 괄목할만 하다.역대 원정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무려 52년만에 원정 첫 승을 올렸고,1998년 우승국인 프랑스전은 강인한 체력과 조직력으로 맞서며 극적으로 무승부를 연출했다.마지막 스위스전도 조별 예선리그 가운데 가장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후반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추격의지가 꺾이지만 않았어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였다.조별 예선리그 성적 1승1무1패로 거둔 승점 4점으로 이번 대회에서 16강 진출에 탈락한 유일한 팀이라는 사실이 아쉬움을 더해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축구는 세계 어느 강팀과 맞붙어도 호락호락 무너지지 않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세계축구의 변방국에서 당당히 중앙으로 진입한 셈이다.또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성적이 결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 결과라는 비아냥을 불식 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축구가 이처럼 체력을 바탕으로한 압박축구와 조직력으로 세계와의 격차를 좁히는데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 세계의 높은 벽을 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홍명보코치의 “선수들의 기술적 성장이 없다면 앞으로도 힘들 것” 이라는 솔직한 지적이 냉정한 평가라 할 수 있다.결정적 기회를 만들어 내는 좀 더 세밀한 조직력과 골 결정력 향상 등이 세계무대 도전을 위해서는 필수적 과제임을 이번 대회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의 붉은 악마와 국민들은 4년만에 다시 하나가 되어 붉은 감동을 재현했다.경기가 열릴 때마다 길거리등에서 밤을 하얗게 세우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일탈이나 무질서도 없었다.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또 하나의 승리였다.
우리의 16강 진출은 비록 좌절됐지만 내일에의 희망은 또 남아있다. 이제 모두는 일상으로 돌아가 월드컵에 가려졌던 주변의 사회적·구조적 문제등을 고민하면서 냉정함을 되찾을 때이다.10여일 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태극전사들에게 거듭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