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진지와 식사

우리말은 참으로 경어(敬語)가 발달되어 있다. 남을 존대하는 말, 그리고 자기를 겸양하는 말이 일찍부터 발달되었다. 일찍이 신라시대에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시’는 ‘줄 사(賜)’자로 표기하였고, 겸양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삽’ 계통의 말은 ‘사뢸 백(白)’자로 나타낸 것을 볼 수 있다.

 

이와같이 존대법은 선어말어미에 의한 문법적인 형태로도 나타내고, 어휘에 의해서도 나타낸다. ‘자다’에 대한 ‘주무시다’, ‘먹다’에 대한 ‘잡수다’, ‘묻다’에 대한 ‘여쭈다’, ‘나이’에 대한 ‘춘추’ 따위가 이런 예들이다.

 

밥에 대한 표현도 위상(位相)에 따라 일러지는 말이 다르다. ‘밥/진지/메/수리’ 따위가 그 예이다. ‘진지’는 고유어로 ‘진지(進支)’라고 한자를 쓰는 것은 소리에 따라 한자를 차자(借字)한 것이다. ‘메’란 제사때 제상에 올리는 밥이나, 궁중에서 밥을 이른 말이다. ‘수라’는 궁중 용어로, 임금님께 올리는 진지를 이른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유어가 아니요, 몽고어의 차용어이다.

 

이 밖에 ‘식사(食事)’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음식을 먹는 일, 또는 그 음식’을 뜻하는 말이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말로, 군사용어로 씌어 일반화 되었다. 이와같이 위상에 따라 달리 일러지는 말의 풀이는 ‘흥부전’에도 잘 나타나 있는 바, 흥부 아내가 밥상을 엎은 놀부에게 한 말이다.

 

‘밥이 어떻게 중한 것이라고 밥상을 치시오, 밥이라 하는 것이 나라에 오르면 수라요, 양반이 잡수면 진지요, 하인이 먹으면 입시오, 제 배가 먹으면 밥이요, 제사에는 진메이니 얼마나 중한가요’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입시’는 ‘입매’의 방언으로, 오늘날 ‘음식을 조금 먹어 시장기를 면함’을 뜻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