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선4기는 전북발전의 좋은 기회 - 박기영

박기영(전북대교수/<사>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설마 그렇게 까지야'하고 궁금해 했던 5.31지방선거는 집권당의 참담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달 넘게 시간이 흐른 지난 3일에는 어찌되었든 이번 선거에 의해 선택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정상업무를 주관함으로써 민선4기라는 새로운 통치체제를 출범시켰다.

 

이제 온 세상은 5.31선거 당시의 환호와 상흔을 뒤로한 채 안정과 평상을 찾아가고 있고 또 4년전 바로 이때처럼 모두들 희망과 기대에 충만되어 있는 분위기이다.

 

어떻든 다행스럽고 안심이 가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통치체제, 특히 전라북도의 민선4기는 여느 때 처럼 그들에게 주어진 4년간을 자만과 으스댐으로 시작해서 선창과 복창만을 반복하다가 마침내는 불신과 응징으로 끝을 맺는 전례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전라북도의 민선4기는 그 이전 4년 혹은 8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전라북도에서의 민선4기가 주어진 임기를 운용함에 있어서 그 이전 체제 그리고 타 지역과는 원초적으로 달라야만 하는 이유는, 선거 결과가 시사하는 의미와 더불어 그 결과가 파생시킨 한국정치구도의 변화를 통찰함으로써 인지가 가능하다.

 

5.31지방선거가 우리에게 던져준 함의는 크게 세가지이다. 그 하나는 전라북도가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집권 여당후보를 광역단체장으로 선택함으로써 최고권력자가 응대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코드?로 부각되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전라북도가 광주촵전남지역에서 불어 닥친 폭풍을 강풍정도로 순치함으로써 마침내 그처럼 염원(?)하던 '전라북도 홀로서기'를 성취했다는 자부심이다. 마지막 하나는 5.31선거에서 전라북도는 14개 기초단체장을 우리당 4명, 민주당 5명, 무소속 5명으로 배분함으로써 한국정치사, 더 나아가 민주주의 발달과정에서도 선례가 드문 황금분할적 지방권력구조를 연출했다는 점이다.

 

이들 세가지의 함의는 모두가 모처럼만에 얻어진 주옥같은 결실이며 전리품들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첫번째 사항은 이른바 전북발전을 위해 민선4기가 갖고 있는 강점(strength)이자 기회(opportunity)다.

 

따라서 민선4기는 전라북도의 도약과 비상문제를 그들의 통치이념 내지 기본과제로 상정하고 있다면 모처럼 만에 얻어진 이 기회를 간과하거나 상실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지역발전을 위한 하고많은 정책들이 그럴싸한 명분과 논리로 시도되었고 또 현재에도 그러하지만, 가시적인 발전들은 특정지역에 대한 최고권력자의 관심과 정책가치의 우선적 배분에 의해서만 가능했다는 것이 경험적 증명이다.

 

5.31선거를 통해 전라북도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일한 동반자요 마지막 남은 ?코드?로 등장하였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통치과정에서 유별나게 이념과 의리와 보답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라북도는 이번 선거를 통해 개천이후 최초로 얻게 된 이 호기를 활용하는데 올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배신감과 외로움 속에 젖어 있을 때 서둘러 우리 몫을 챙겨야만 한다.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여는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2년이면 답보상태에 있는 지역현안사업들이 깔끔히 완공되어 질 수 있고, 또 수십, 수백 조원의 신규사업이 배분될 수도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때문에 전라북도에 있어서 새로운 민선의 출범은 전북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며 또 기회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전라북도의 도약과 좌초를 결정짓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박기영(전북대교수/ <사>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