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안동의 하회나 경주의 양동마을과 같이 현재의 도시와 격리된 공간에서 조선시대 한옥의 원형이 보존된 양상과는 다르다. 전주 한옥마을은 1900년대 초반 일본인 상가들이 전주서문지역을 시작으로 전주성안으로 진입하자 이들과 섞여 살기를 거부한 전주양반들이 경기전 담장 넘어 오목대 사이의 공간에 새롭게 조성한 ‘근대적 한옥마을’이었다. 이 공간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60,70년대까지 계속 한옥형태의 건물이 지어진 특별한 공간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을 다니다 보면 전통한옥을 중심으로 간간이 일본식 가옥, 서양식 평지붕의 건물들이 섞여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야말로 한국 근대 주택전시장 같은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한옥마을’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지적도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옥이 끊임없이 자기 변신을 통해 원형에 집착치 않고 근대적 변용을 통해 살아남았고 온돌과 마루, 기와지붕으로 상징되는 한옥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한옥적 주거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바로 전주한옥마을의 가치와 의미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주한옥마을은 전체적 경관이 상대적으로 중시되어야 한다. 다시말하자면 한옥내부의 모습과 형태는 자기변용의 범위로서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 전체 마을 경관을 이루는 외양은 마을이미지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98년 한때 한옥마을에 대한 규제가 잠시 풀린 사이 몇몇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지어지면서 전주한옥마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한옥마을을 방문한 외지인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바로 그 건물들이다. 이 건물들이 아니고도 한옥마을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하는 건물은 또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 경기전 옆의 도지사 공관이다. 때문에 외지인들로부터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는데 ‘지나치게 권위적이어서 한옥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과 ‘한옥마을의 도지사 공관이 왜 한옥이 아니냐’는 것이다.
양옥 건물에 유난히 높아보이는 담장에 그것도 모자라 쇠창살이 담장을 두르고 있는 모습은 권위적이지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실제 도지사공관은 한옥마을 경관을 위해 시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자주 지적되었던 건물이다. 이제 공관이 새주인을 맞는다하니 이 참에 한옥마을의 이미지에 맞게 고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것이 어렵다면 우선 담장이라도 낮추고 정감있게 고쳐줄 것을 권한다. 경기전 아름다운 돌담길의 풍경을 도지사공관이 훼손해서야 되겠는가.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