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이렇게나마 편지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제 마음이 뿌듯함을 느낍니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어언 22년. 제가 부쩍 커버린 만큼 아버지께도 세월의 흔적이 엿보여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게 젖어들 때가 많아요.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의 어깨는 올라 갈 수 없을 만큼 무척이나 크고 높은 산이었지만, 지금은 왜 그리도 좁아 보이는지….
아버지, 어머니. 저는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어린 시절에 철없이 행동했던 제 모습 하나하나를 되돌아보기도 하구요. 아버지가 옳은 길로 인도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전 없을 거예요.
아버지가 부끄러워 했을 때는 정말 도망치고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이 부끄러웠던 것이었어요.
좋은 것, 좋은 옷 사달라고 말 한마디만 하여도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사주셨죠. 지금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생각하시고 농담을 건네시고, 말없이 웃어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따뜻한 사랑을 느껴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해줄 수 있지만, 자식은 부모에게 모든 것을 해 줄 수 없다는 말을 항상 새기면서 살고 있어요.
언젠가 아버지의 뜨거운 첫 눈물을 보았을 때, 제 자신이 그렇게 싫었던 적이 없었고,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어서 도무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항상 웃으시지만 아버지의 속마음은 울고 있을 때도 있었구나, 나는 어디서든 눈물을 보일 수 있지만 ‘아버지’란 존재는 울 수 없기에 슬픈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까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이제 아버지 얼굴에 환한 웃음꽃 피워드리는 그런 딸이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저에게 술자리를 허락하셨죠. 그때 아버지는 저에게 “딸에게 기대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버지의 쓸쓸함을 알아차리고 가슴이 아파서 혼났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존재하기에 제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행복합니다.
지금은 큰 딸인 제가 기대만큼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전 그래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약하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전하고 성공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꼭 아버지, 어머니 얼굴에서 환한 빛이 솟아나게 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였지만, 저는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대접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저의 좌우명이지요. 전 항상 저의 좌우명을 새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뒷동산의 바위처럼, 때로는 시골의 느티나무처럼 큰 키를 가진 제 마음속의 영원한 존재이십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2006년 7월 19일
사랑하는 큰 딸 은영이 올림
/송은영(전주대학교 3학년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