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에다 자주에 갖힌 눈은 색맹(色盲)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눈으로 대적해서 협력으로, 협력에서 다시 대결로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해 가는 세계의 합종연횡(合從蓮橫)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주체의 나라가 안보리에서 혈맹 중국에 따귀를 맞고 자주의 나라가 우방국 미국과 일본에 따돌림 당한 것도 결국은 주체와 자주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동북아 균형자로 파문” “주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시비” “협력적 자주국방론” “주한 미군의 전시 작전권 회수 캠페인” 등이 정권 3년 반 동안의 안보 이슈 시리즈의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자주 밖에 보이는 게 없는 외눈 박이 세계 읽기의 협소함과 위태로움이다. 남과 북의 지도자는 한반도의 남북을 향해 “자주의 덫과 주체의 올가미”를 벗어 던지라는 경고의 천둥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주제측 나라”에 끌려다니는 “자주의 나라”가 겪는 험한 꼴은 위험수위가 넘었다.
북한은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쌀과 비료지원을 늦춘 것을 걸고 넘어지면서 이산가족 상봉, 8.15 화상 상봉, 금상산 면회소 건설, 개성시내 출입금지를 모두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先軍)정치가 남측과 남측 대중의 안전을 도모해 주고 있는데도 남측이 대북제재 소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인도주의적 사업을 팔아 먹는 반민족적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족끼리”로 분칠한 노선이 어차피 다 다르게 돼 있는 “민족따로“의 종착역이라고 받아 넘기기에는 너무나 비극이다.
UN 안정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화는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3년 만에 UN이 다시 북한문제로 움직인 것이다. 실질적 제재 조치가 포함된 대북 결의안으로선 6.25이후 56년 만이다.
북한의 혈맹(血盟)인 중국과 러시아는 형제국 북한에 등을 돌리고 미사일 발사 규탄에 가세했다. 미국과 일본은 결의안 추진 사실을 우방이라는 한국에 귀뜸조차 해주지 않았다.
제 국민이 절딴 날지도 모를 소식을 귀동냥도 못한 한국을 달래기는 커녕 자업자득이라고 핀잔을 주는 게 오늘의 미국이다.
한미동맹이 이렇게 허물어져 버렸다. 주체(主體)의 나라 북한과 자주(自主)의 나라 한국이 민족끼리 어깨동무한 채 고립의 구렁으로 함께 걸어들어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여!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암울하기만 하다. 대원군의 우리 것이란 자주(우월성) 때문에 쇄국정책으로 이 민족의 몰락과 나라를 빼앗긴 슬픔의 역사가 있다. 전 세계에서 자주국방하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어디도 없다. 그럼에도 노무현정부는 어떠한가.
전 세계의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어서도 아니된다.
또다시 나라 잃는 설음을 당해서도 더 더욱 아니된다.
대한민국은 영원하다.
/이의관(한나라당 정읍시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