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인권과 체벌

정상현(우석대 교수·전북경찰청 시민인권보호단 단장)

대학을 졸업한 후 6개월간의 군간부 훈련을 마치고 충북 영동의 예비군 대대에 배치를 받은 적이 있었는 데, 배속되자마자 선배 기수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새벽 2시면 경비대 막사에 집합시켜 심한 구타가 자행되었다. 그 당시에 군부대 표지판에는 버젓이“구타 근절, 구타하면 영창”이라고 쓰여 있는 데도 음지에서는 여전히 가혹한 인권침해적 체벌이 이루어 졌다. 당시 필자의 생각은 대한민국 남아라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갔다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아들을 가진 부모들이 자식을 군대에 보내게 될 때 눈물바람을 하며 보내게 되는 이유를 이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최근 초등학생에게 체벌을 가한 행위 때문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인권침해적 체벌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같은 인권침해 행위가 어느 학교에서나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간간히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말썽만 피우는 학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학생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지도하다보면 화도 나고 감정도 상할 것이다. 그러나 체벌을 가하기 전에 그같은 학생들도 남의 집 귀여운 자녀라고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랑의 매는 필요하지만 인권침해적인 심한 체벌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21세기를 맞이하여 교사들의 마인드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본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부모님과 같은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학생들에게 심어 주고, 말썽피우는 학생들도 자기 자녀라고 생각하고 대할 때 교사들의 위상은 더욱 향상될 것이며, 학부모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교사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이와 더불어 교사들이 체벌문제로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소신껏 지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줌과 동시에 학생에 대한 규정된 체벌이 정당하다면 이에 대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신성불가침적인 교권확립차원의 제도적 방안과 정책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시급히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정상현(우석대 교수·전북경찰청 시민인권보호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