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친환경농산물 생명은 신뢰

신재문(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 품질관리과장)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역사는 독일과 같은 유럽의 친환경농업 선진국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유럽의 주요 친환경농업 선진국들이 1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민간단체 중심의 점진적인 발전을 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일부 친환경농업단체에서 명맥을 유지해오던 친환경농업을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 주도하에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현재 민간단체에 의해 친환경인증이 이루어지도록 업무이양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정부를 대신해서 이끌어갈 수 있는 민간단체의 힘이 부족한 상태이다.

 

특히 농림부에서는 민간인증 단체의 활성화를 통해 현재 4% 수준의 친환경농산물을 2010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매년 두 배 가까운 친환경인증 증가 속도를 보면 외형적으로는 목표 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친환경농산물이 급격히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농산물의 사후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주요 현안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친환경농산물 소비형태는 환경을 보전하고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들의 노고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개념보다는 친환경농산물을 건강상의 이유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도는 선진국 이상의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농림부에서는 이러한 친환경농산물 사후관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제도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친환경농업육성법을 개정 중에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소비자단체를 직접 참여시켜 친환경농산물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농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 각 단계별 사후관리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인증 농업인들 또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놓은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소비자와의 약속인 만큼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증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켜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재문(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 품질관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