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순천 문화 예술회관에서 조그마한 개인 조각 전시회(민형기)가 열렸는데 귀향((歸鄕)이라는 주제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작가의 설명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바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회룡고조(回龍顧祖)라는 말이 있다. 명산도 그 본산(主山)을 잊지 않고 되돌아 볼 때 그 지기(地氣)가 승해진다고 한다. 철든 사람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고 부모와 고향을 가까이 한다. 휴가나 명절때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고향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감이 길 위의 고생보다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모와 고향을 멀리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우리의 마음에도 고향이 있다. 마음의 고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과 뜻과 정신과 성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산종사께서 말씀하셨다. “성품(性品)은 본연의 체요 성품에서 정신이 나타난다. 정신은 성품과 대동하나 영령한 감이 있다. 정신에서 분별이 나타날 때가 마음이다. 마음에서 뜻이 나타나고 뜻은 마음이 동하여 가는 곳이다.(원불교 2대종법사) 역순으로 짚어보면 뜻?마음?정신?성품 순으로서 성품이 마음의 고향이 된다.
마음은 정신에서 분별이 나타날 때라고 하였듯이 마음은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여 잠시도 시비이해와 희로애락을 벗어 날 수 없다. 이에 비하여 성품은 일체의 분별과 시비가 없는 자리이다. 마음은 그 고향인 성품에 앉길 때 일체의 분별과 시비가 없게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품에 앉겨 일체의 불안을 잊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과 같다.
마음의 고향 성품자리는 우리가 항상 머물러야 할 자리이다.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염원의 노래가 있다. 월조(새이름)도 남쪽가지 골라 앉아 운 다거든 내 어이 마음 고향 나의 도량 잊을 건가, 언제 다시 돌아갈꼬 세세봉공 맹세한 곳 그리워라 나의 도량 내 영혼의 보금자리(원불교 성가 28장),
휴가(休暇)철이다. 모든 사람들이 산과 계곡 강과 바다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다. 휴가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도 중요하지만 한가하고 넉넉한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휴가에는 계곡에 발을 담글 때도 나무그늘아래서 누워 있을 때도 수영을 하고 있을때도 잠시 눈을 감고 내안의 참나와 침묵으로 만나자. 그리하면 마음의 고향문이 열려 한가함과 여유로움이 샘솟고, 새소리 물소리 내 마음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고향을 찾아 참다운 휴가를 즐기자.
/황성학(원불교 전북교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