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뜻하는 한자 미(米)는 벼 이삭을 본뜬 상형문자다. 쌀 한 톨이 나오기 까지엔 여든 여덟번의 손길이 미쳐야할 만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그래서 88세 나이를 미수(米壽)라 했다. 미(米)자를 파자하면 ‘八+十 +八’로서, 88차례나 손길이 가야하는 쌀 농사의 특성을 나타낸다.
벼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의 ‘브리히’(Vrihi)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쌀도 고대 인도어 ‘사리’(Sari)가 어원이라는 견해가 있다.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벼가 전해진 시기는 6,000∼7,000년 전 쯤으로 추정된다. 쌀농사는 남쪽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이순신의 말 처럼 호남은 그 전진기지였다. 금만평야 나주평야가 그 중심이다.
쌀은 수천년동안 우리 민족의 주식이었다. 쌀은 단순한 먹거리 차원을 떠나 우리들의 삶 속에서 혼이 되고 문화가 된지 오래다. 그런 쌀이 우리들의 밥상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친환경쌀 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본격적인 햅쌀 수확기가 다가와도 지난해 생산된 친환경쌀이 판매되지 못하고 재고량이 쌓여 농협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말 현재 친환경 인증쌀 재고량은 유기농쌀 1,003톤, 유기농 전환쌀 1,460톤 등 모두 2,500여톤에 이른다. 예년보다 2.5배나 많은 물량이다. 재고가 쌓이는 이유는 생산량은 많은데 소비량이 이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쌀의 생산량은 연평균 70%씩 늘어나지만 소비량 증가율은 30%에 그치고 있으니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남아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재고가 쌓이긴 하지만 친환경쌀 생산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엔 생산에만 주력했지만 이젠 소비촉진 대책을 모색함으로써 생산과 소비를 병행하는데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 결국 대안은 유통망과 소비층 확대다. 선진국처럼 학교와 군대급식, 병원급식 등 단체급식을 늘리고 소비자들도 이에 관심을 기울이며서 추가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농도라는 전라북도는 친환경쌀 재고량도 파악치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대책이 나올리 만무하지 않은가. 친환경쌀 경작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나몰라라하는 격이니 원성을 살만도 하다.